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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 (일)

트럼프 ‘관세 무기화’ 본격화…글로벌 통상전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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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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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결정했다. 실제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뿐 아니라 정치·외교 등 비(非) 무역 이슈에서도 관세로 상대국을 위협 화는 ‘관세 무기화’ 정책을 공공연히 밝혀왔지만, 재집권 후 실제 새로운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미국 내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도 이를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까지 예외없이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글로벌 통상질서의 충격이 예상된다.

모든 국가에 보편 관세를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나 철강에 대해선 부문별 관세도 예고했다.

상대국가들이 맞대응 조치에 나설 경우, 트럼프발(發) 국제 무역 전쟁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美 국민 보호 위해 관세 부과” …‘보복조항’도 포함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이유로 불법 이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을 재차 거론한 뒤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모두의 안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뿐 아니라 캐나다 쪽 북부 국경을 통해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대거 유입되고 있으며, 펜타닐 원료를 중국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북부 국경에서의 불법 마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따르면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4일(미국 동부시간 기존)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내 유가 문제와 맞물려 있는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는 10%다.

캐나다에 대해 ‘최소 기준 면제’도 적용치 않기로 했다. 현재는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의 물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행정명령에는 이른바 ‘보복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만약 캐나다가 관세 등으로 미국에 보복하는 경우 관세율을 올리거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류를 포함해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를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4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

모든 관세는 기존에 부과된 관세에서 추가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에는 무역협정(USMCA)에 따라 그동안 대부분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관세에서 예외 되는 품목이 없을 것”이라면서 “개별 기업이 특별히 면제를 받는 절차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는 불법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해당 국가들이 제거했다는 사실을 미국이 확인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면서 펜타닐 유입 상황의 개선을 평가하는 지표로 “펜타닐로 인한 미국인 사망이 멈추고 국경에서의 (불법) 이주와 범죄 활동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 동맹국까지 무차별 관세 부과…캐나다 “강하게 반격”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인근 동맹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의 3대 교역국에 대한 전격적인 관세 부과로 해당국은 물론 미국도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이 미국 수입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액으로 보면 2023년 기준으로 1조3000억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정부가 이미 예고한 대로 관세를 비롯해 미국에 맞대응에 나설 경우 글로벌 경제 역시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실제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지사 등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을 해치고,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면서 “이제 캐나다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경우 공화당 지역인 플로리다산 오렌지, 테네시주 위스키, 켄터키주 땅콩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등 3국에 더해 유럽연합(EU)에도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우했다”라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전날 밝혔다.

특히 석유 가스의 경우 이달 18일께 관세 부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0~20%의 보편 관세도 내세웠다. 캐나다 등에 이어 반도체를 비롯한 상품별 추가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타임지 인터뷰 등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에 대해 ‘부자 나라’,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달 트럼프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상응 조치를 취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의 보고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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