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학자 신간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2020년 프랑스 영화계 최대 축제인 세자르 시상식에서 원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받자 배우 아델 에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폴란드 출신 프랑스인인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미국에선 아동 성범죄 혐의를 인정하고도 감형 협상이 불발되자 유럽으로 도피했다.
그런 폴란스키 감독에게 세자르상 감독상이 주어지자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페미니즘 단체와 활동가들은 시상식장 앞에서 폴란스키 감독을 규탄하고 수상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자르 영화상과 폴란스키 감독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술가가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해 그의 창작물이 검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주르드는 또 "예술사는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던 비열한 작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도덕이 창작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일갈했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의 신간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는 윤리적 또는 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예술가가 내놓은 창작물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은 논증 없는 결단을 내리기보다 토론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고 집필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여러 의견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각각의 의견에 대해 맹점을 지적하거나 '중립적',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칭하는 등 저자 나름의 평가를 곁들였다.
아울러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폴란스키처럼 작가가 권위를 남용할 때, 또는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할 때 그를 용인하고 심지어 상까지 주어야 하는지는 아직 남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책에 언급된 사례들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들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원은영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한국 예술가들의 사례나 일제 강점기 친일 행적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등을 언급했다.
원씨는 또 "이 책이 프랑스와 유럽 중심의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읽고 생각해봄직한 부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문제에 관련됐거나 개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을 더욱 거세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jae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