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차이나]
필리핀, 대만인 위장한 중국인 5명 검거
해군기지 찍고 야자나무에 CCTV도 설치
미군기지·발전소 등 정찰한 일당도 체포
“군사 목적 3차원 입체 영상 만들어”
필리핀 국가수사국(NBI) 하이메 산티아고 국장(앞줄 왼쪽)과 로미오 브라우너 육군참모총장이 1월30일 마닐라에서 중국 간첩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팔라완섬에서 드론과 휴대폰 등으로 군사기지와 해안경비함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5명이 뒷줄에 서 있다. /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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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중국인 5명이 설 연휴 직전 필리핀 서부 팔라완섬에서 드론과 휴대폰으로 군사기지와 해안경비함 사진을 찍고 폐쇄회로TV(CCTV)까지 설치했다가 필리핀 수사 당국에 검거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작년 6월과 11월 중국인들이 드론으로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 항모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등을 찍은 사실이 적발돼 간첩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죠. 똑같은 일이 필리핀에서도 벌어진 겁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영유권을 놓고 2023년부터 중국과 분쟁 중이죠. 필리핀 해군은 스프래틀리 군도 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좌초시킨 폐 군함 내에 수비대를 두고 이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팔라완섬은 이 수비대에 물품을 공급하는 해군 부대와 필리핀군 서부사령부 등이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200km가량 떨어져 있어요.
필리핀 당국은 앞서 지난 1월20일에도 루손섬 인근 군 기지와 발전소, 경찰서 등 각종 인프라시설을 정찰하고 3차원 입체 영상 자료를 수집한 혐의로 중국인 덩위안칭과 필리핀인 2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덩위안칭은 장쑤성 난징시 인민해방군 육군공정대학을 졸업한 컴퓨터 엔지니어로 확인됐다고 해요.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곳곳에서 전방위로 첩보전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리조트 투숙, 현지 주민에 “우리는 대만인”
주민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필리핀 국가수사국(NBI)과 군 당국은 1월24일부터 25일까지 마닐라 공항에서 2명을 검거하고, 마닐라 다른 지역에서 2명을 체포했으며, 나머지 1명은 네그로스섬 더마겟에서 검거했다고 합니다. 5명의 용의자 중에는 필리핀에 2002년부터 거주해온 중국인도 있었다고 해요.
팔라완섬의 한 휴양지에서 1월 하순 중국인들이 야자나무 높은 곳에 필리핀 해안경비함 동향을 감시할 CCTV를 설치하고 있다. /GMA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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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대학 출신 엔지니어도 검거
필리핀 국가수사국은 1월20일에도 군사기지와 경찰서 등을 정찰하고 자료를 수집한 혐의로 중국인 덩위안칭과 필리핀인 2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어요. 덩위안칭은 인민해방군 육군공정대학을 졸업한 컴퓨터 엔지니어로 최소 5년 이상 필리핀에 거주해 왔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율주행개발차량이라는 표식을 단 차량을 몰고 다니면서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고 해요. 압수한 차량을 수색해보니 목표로 하는 인프라시설에 대한 3차원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과 위성항법장치 등 각종 장비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루손섬 지역은 정찰을 끝냈고 이후 중부 비사야스 제도, 남부 민다나오섬 등으로 정찰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었다고 해요.
필리핀 군사기지와 발전소 등을 정찰하고 3차원 영상 자료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덩위안칭이 1월20일 필리핀 법무부에서 경찰에 호송되는 모습.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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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필리핀, 미국령 괌 등지서 전방위 첩보전
필리핀군 당국은 덩위안칭이 필리핀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봤어요. 필리핀은 2014년 미국과 자국 군사기지에 미군 항공기와 군함 등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위협력조약(EDCA)을 체결했는데, 이 조약에 근거해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군사기지가 첩보 수집 대상이 됐다는 겁니다. 로미오 브라우너 육군참모총장은 “지표물과 지형을 정리해 군사 용도로 사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루손섬 내 필리핀 공군기지와 해군기지 등에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비해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 타이푼 포대 등을 배치해 두고 있습니다. 클라크 공군기지에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배치된 적도 있죠. 이런 기지가 첩보전의 목표물이 됐다는 겁니다.
한국과 필리핀은 물론, 미국령 괌 등지를 상대로 중국이 전방위 첩보전을 벌이는 데 대해 미국은 우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월2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논평에서 “우리는 미 장병의 안전과 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했어요. 중국의 아태 지역 간첩 활동이 미군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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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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