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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탐내는 美 트럼프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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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통과 경로 대비 항로 길이 약 40% ↓
미·중 패권 갈등 고조…중·러의 영향력 확산 방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농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탑승한 비행기가 지난달 7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 착륙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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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린란드가 가진 지정학적·경제적 가치와 함께 미·중 패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도 암시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발언이란 평가도 있다. 그는 지난 임기 시절인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을 언급했었지만, 이처럼 저돌적이지는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농담이 아니다"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제국주의적 영토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는 시선도 보낸다. 다만 군사행동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 미래 지정학·경제학적 가치를 지닌 그린란드

미국과 유럽 사이 북극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216만km²·한반도 약 10배)인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다. 2009년부터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분야에서 자치권(덴마크 자치령)을 행사 중이다.

그린란드엔 희토류·구리·리튬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전투기,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빙하가 녹으며 그린란드는 미국과 유럽 간 최단거리 해상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극위원회에 따르면 북극권을 통한 운송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37% 늘었다.

미국은 ‘북극항로’ 개발 시 서부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서유럽-동아시아 경로보다 항로 거리가 약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북극항로 공동 개척에 합의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후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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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패권 갈등 위기감 고조에 급한 트럼프

미국이 그린란드를 두고 압박수위를 높이는 주요 원인은 지정학·경제학적 논리보다 미·중 패권 갈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북극항로 개척을 포함 시키며 야욕을 드러냈는데, 이 부분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북극항로 공동 개척에 합의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감퇴하며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234척)이 미 해군 전함(219척 군수·지원 함정 제외)의 수를 뛰어넘은 점도 미국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린란드는 지정학적 특성상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보다 뉴욕에 더 가까워 북극과 북미를 잇는 고속도로로 일컬어지는데, 미국은 머리맡에 중·러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꼴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트럼프와 그린란드 북극 미·중경쟁 심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일찍이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파악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독일군이 그린란드 동부 해안선에 유인 및 자동 기상 관측소를 설치해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1950년 북극에서 1000마일 이내에 있는 그린란드 정상 부근에 툴레(Thule) 공군 기지를 건설했고, 약 40년간 전략 안보의 요충지로 활용했다. 해당 기지는 현재 피투피크 우주기지로 명칭을 바꾸고 러시아의 미사일을 조기에 방어하는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 트럼프 군사행동 가능성 낮지만…국제사회 ‘촉각’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지난 수십 년간 내재 됐던 미국의 전략적 행보의 산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의 최근 발언을 허언으로 치부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다 해도, 실제 군사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취하게 될 경우, 불법 무력 침략을 감행한 푸틴(러시아)과 대만을 노리는 시진핑(중국)의 전쟁 논리가 용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지만 촉각은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국경의 불가침(원칙)은 모든 국가에 같게 적용된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강자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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