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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수)

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흔드는데…TSMC 웃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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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기 정책 들어내는 '트럼프 2기'

韓 기업들 반도체 보조금도 손댈 가능성

'발빠른 현지생산' TSMC는 자신감 표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을 예정대로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커졌다. 반면,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현지 생산'에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47억4500만달러(6조9000억원),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6600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기조에 맞지 않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정책들을 뒤집고 있어 수령까지 장담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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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할 것인지' 묻는 말에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순 없다"며 "우리가 이것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보다 하루 전날에는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대행이 각 정부 기관에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연방 차원의 보조금·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런 조치들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보조금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원하는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판단하면 이미 체결된 계약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기업들의 상황과 자주 비교되는 건 대만 TSMC다. 이미 보조금 66억달러 가운데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수령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에서도 보조금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차이는 이렇다. TSMC는 현지 공장 투자 시기를 늦춘 한국 기업들과 달리 빠르게 미국 내 첨단 칩 생산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에 투자를 시작했고,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약 95조원)까지 늘려 반도체 공장을 3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공장은 이미 4㎚(1㎚=10억분의 1m) 칩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4㎚급 반도체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애플과 엔비디아 등에 공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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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이곳 공장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양산하겠다는 구상인데, 가동 시기는 2028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속도는 보조금 규모에도 차이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투자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13%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여타 해외 기업들이 당초 책정된 수준에서 보조금을 확정지은 반면, 삼성전자는 삭감 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0억달러로 계획했던 대미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로 줄였다. 투자금액은 16% 줄었지만, 그 사이 보조금은 26% 깎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받기로 한 보조금이 줄어들면 공장 착공부터 생산까지 각 기업들이 구상했던 시간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개된 건 없다"면서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미국이 원하는 '현지 생산'에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보조금 지급을 낙관하는 시선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보조금이 줄면 착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생산이 지연되면 미국도 손해"라고 짚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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