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3 (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더 늦으면 AI열차 막차 끊긴다”…뒤처진 한국 ‘이것’부터 만들어야 한다는데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기, 대변혁 기회로 ② AI 트랜지션
서영주 포스텍 AI대학원장 긴급진단

美·中은 탑승 완료한 AI 열차
韓, 여기서 낙오땐 못 따라잡아
연봉 100억이라도 인재 데려와야

AI 연구는 시간과 속도싸움
인프라에 파격 투자해 지원을


매일경제

서영주 포스텍 인공지능(AI) 대학원장. [사진 = 포스텍]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짐 챙겨 전력으로 뛰지 않으면 놓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은 이미 탑승을 마치고 전용칸에 자리를 잡았다. 이 차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차는 떠나지 않았다.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국에도 아직 기회가 있다.

열차는 인류를 진화시켜온 ‘기술 혁신’이고, 이번 차종은 ‘인공지능(AI)’이다. 이번 열차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낙오되면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8.9%였다. 당시는 챗GPT의 AI 혁명이 시작되기 전이다. 지금 한국의 성적은 훨씬 더 암울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 여력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국가적으로 ‘AI 트랜지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AI 국가연구소를 만드는 일이다. 기존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으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AI의 효용이 돌아가도록 관리할 곳이다.

국가연구소가 할 일이 산더미다. 공용 AI 서버를 확보해 연구인력에게 개방하고, 암호화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마친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핵심 인재가 떠나지 않고 해외 인재는 들어오도록 잘 대우해야 한다. 해외 공룡기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서포트할지 정책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캐나다를 딥러닝 강국으로 만든 밀라(MILA)와 벡터(VECTOR) 연구소를 생각하면 된다. 캐나다 AI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밀라는 1993년 설립됐다. 캐나다 정부가 장기적 안목과 전략으로 20년 넘게 꾸준히 지원한 덕에 지금은 딥러닝 선도 연구기관이 됐다. 벡터 연구소는 캐나다가 2017년 1억5000만달러(약 2185억원)를 들여 설립했는데, AI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곳이다.

AI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 혁명이 가져올 파급력을 생각하면 연봉 10억원, 100억원도 아깝지 않다. 실제로 세계는 천문학적 보상을 약속하며 AI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은 AI 선진국에 비해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데, 그나마 어렵게 키운 핵심 인재들도 다 빼앗기는 실정이다. 몇 년 전부터 ‘AI 인재를 10억원씩 주고 데려와야 한다’고 수없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석박사 과정 AI 대학원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줘야 한다. 소중한 집토끼 지키기이자 미래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매일경제

서영주 포스텍 인공지능(AI) 대학원장. [사진 = 포스텍]


앞으로는 AI 전문가 1명이 수천만 명, 수억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다. 작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라. AI 전문가가 AI 기술을 활용해 해당 분야의 숨어 있던 원리를 설명하거나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AI라는 기술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AI 연구는 시간과 속도의 싸움이다. 연구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막차 시간에 맞추려면 1분이라도 빨리 역까지 가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열심히 걸어가 보겠다고 하는 꼴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가용에 택시에 오토바이까지 타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데 말이다. 세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지경이 아닌가. AI 연구를 위한 핵심 장비 확보에 집중 투자해 국내 연구자들이 연구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장비를 지원해야 한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톱10 기업들은 거의 AI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들 중 엔비디아나 TSMC를 보면 새로운 변화를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운명이 한눈에 보인다.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선진국이 막대한 힘과 부를 누리는 사이, 기술 적용에 뒤떨어진 국가들은 완전히 낙오되고 붕괴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바프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고기가 느린 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의 엘리트가 세상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기 때문에 AI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빈부 격차가 커진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AI로 인해 세계 경제 규모가 2016년 대비 2030년까지 1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15조7000억달러(약 2경2882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으로, 이는 현재 중국과 인도의 경제 규모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이 같은 기회의 땅에 도착하려면 반드시 저 AI 열차를 타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경영진이 철저한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베팅할 때다. 식상한 말이지만, 골든타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