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법 개정까지 추진했으나 무산
CDU 선거 포스터 |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내달 독일 총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이 이민정책을 손보겠다며 극우 독일대안당(AfD)과 손잡았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전국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CDU 대표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등 당내 인사들도 경고하고 나섰다. CDU 지도부는 AfD의 찬성으로 이민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이틀 만인 31일(현지시간) 법률 개정까지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독일 연방의회는 이날 CDU가 발의한 일명 '유입제한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8표, 반대, 349표, 기권 5표로 부결했다. 이틀 전 결의안에 찬성한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 의원 일부가 돌아섰고 CDU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법률 개정은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이 지난 29일 AfD 협조로 관철한 결의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결의안에는 국경을 상시 통제하고 유효한 서류 없는 이민자의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CDU 당사 앞 규탄집회 |
CDU는 지난 22일 바이에른주 아샤펜부르크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흉기로 2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초강경 이민정책을 내놨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누가 동의하든 상관없다. 나는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는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앞만 본다"고 말했다. 집권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은 상위법인 유럽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CDU 안팎에서는 극우 정당을 막는 '방화벽'을 다시 세우라고 요구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전날 성명을 내고 SPD·녹색당과 합의한 안건만 의회에 상정하겠다는 메르츠 대표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며 "이 제안에서 벗어나 AfD의 찬성 표결로 과반을 얻은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5∼2021년 집권 당시 포용적 난민정책을 주도했다. 메르츠 대표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당내 정적 관계였다.
AfD '셀피' |
CDU 소속인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AfD가 동의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상원(참사원)에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16개 주정부 각료나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상원은 연방의회가 의결한 법안을 심의해 거부할 수 있다.
전날 저녁에는 베를린에 있는 CDU 당사 앞에 6천명(경찰 추산)이 모여 시위했다. 뮌헨(7천명), 라이프치히(5천명) 등 40여 곳에서 같은 집회가 열렸다. 활동가 루이자 노이바우어는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를 "방화범"이라고 비난했다. 하노버에서는 이날 오후 CDU 지역 사무실 점거 농성까지 벌어졌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메르츠의 정치적 패배"라면서도 "정치세력들의 고집 탓에 의미 있는 합의가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의 설문에서 유권자의 69%는 이틀 전 의회를 통과한 이민정책 결의안에 동의했고, 67%는 SPD가 찬성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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