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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화)

[책의 향기]편견-차별 만연한 사회, ‘주류’의 삶은 안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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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저널리스트 저자가 본 차별… 한국-미국 이민자의 삶에 돋보기

누구나 타국선 소수자 입장 놓여… 그들의 안위가 사회 전체의 안위

◇인간차별/안희경 지음/272쪽·1만8000원·김영사

이주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많은 소수자가 제도적 차별과 보이지 않는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망 때문에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장면.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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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최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반(反)이민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 벌어지는 극우 집회에 가면 중국인을 겨냥한 위협적인 구호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세계는 다시 문을 닫아걸고, 나라마다 사회 속 ‘이질적’ 구성원들을 향한 따돌림이 난무한다. 인종에서도, 신분에서도, 성적 정체성에서도 이 사회의 주류인 ‘나’는 마냥 마음 편히 지내도 괜찮은 걸까.

재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앞서 제러미 리프킨,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에게 팬데믹 사태 이후 인류의 미래와 생존 전략을 질문한 책 ‘오늘부터의 세계’ ‘내일의 세계’ 등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는 20여 년 동안 이민자라는 소수자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사회 곳곳에 스며든 ‘인간 차별’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경계인들이 느끼는 소외와 불합리를 전하고, 사회와 국가의 보호 책임을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주류사회의 일원도 행복할 수 없다. “나의 안녕은 타인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사다리를 건네며 보장되는 것이다.”

흑인 미군을 아빠로 두고 한국에서 태어난 한 여자아이는 미국에 건너가 한인 교회에서 ‘다른 나라 사람과 연애하면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설교를 듣는다. “섞인 사람은 죄인인가?” 어린 그에게 상처로 남은 질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아나스타샤는 한국어를 잘해서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들에게 도움을 준다. “한국어를 잘하면 일단 대우가 바뀌어요. 그리고 내 이름을 들으면 어김없이 깜짝 놀라죠.” 그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어 능력은 ‘황금 반지’라고 말한다.

어느 날 저자의 딸이 미국 학교 연극에서 인디언 역을 맡게 됐다며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인디언이 입는 무대 의상은 마음대로 종이에 그림을 그려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또 인디언 역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아시아계 아이들이었다. 모두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다. 당시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저자는 “왜 나는 인디언 역을 딸의 마음가짐에 맞게 멋지게 꾸며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회상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성은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자부심의 일부였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에 온 고려인 피란민들에 대해 언급한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65만 명을 수용한 루마니아는 1인당 월 20만 원을 3개월 동안 지급하고,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며 민간 시설도 개방해 살게 했다. 한국에 온 고려인 피란민 약 3000명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지원을 하지 않았다. 2018년 내전으로 삶이 풍비박산 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3명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나머지는 불안정한 처지로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겨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이주노동자만 약 130만 명, 주민등록인구의 약 4%가 외국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멈춘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열려 있는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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