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3 (월)

성범죄 허위 진술했지만 직접 신고 아니면 무고죄 아니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 “다시 판단”

직접 신고했는지와 상관없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하면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9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경.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2022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남성 B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허위로 진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숙박업소 이용대금을 결제해달라고 하자 화를 내며 B씨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B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유사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나흘 후 피해자 조사에서도 사건 당일과 같은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에게 성폭력 관련 증거를 제대로 채취하지 않았다고 항의하고 별도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진술을 허위로 보고 A씨를 무고죄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선 A씨가 형법상 무고죄에서 정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가 피해를 당했다던 술집에선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숙박업소까지 함께 간 점, 사건 이후 두 사람이 연락을 지속해 약 6개월 뒤 다시 만남을 가진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그러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무고죄에서 말하는 ‘신고’에는 ‘자발성’이 있어야하는데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질문에 A씨가 진술한 정도는 자발적인 신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다툼이 있다가 상대방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설령 그 주장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무고죄로 처벌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며 “상대방이 신고한 경우를 마치 당사자가 신고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무고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과도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시종일관 A씨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거나 경찰관들이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등의 행동을 지속했다”며 “피고인의 경찰관 출동 당시의 최초 진술 행위와 이어진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행위는 단순히 수사기관의 추문(추궁해 물음)에 의해 행해진 것이 아니라 자진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해 한 ‘신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