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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군헬기 왜 높이 날았나…67명 사망 美여객기 사고 '미스터리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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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해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에 접어들었지만 사건 경위와 관련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민항기와 군용 헬기의 공중 충돌이라는 점도 흔치 않지만 백악관, 연방의회, 국방부를 비롯해 주요 정부·군사 시설에 인접해 철저하게 통제되는 공항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 당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시코르스키 H-60)가 허가받은 경로와 고도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와 충돌한 군 헬기가 비정상적인 비행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군 헬기 비정상 비행했나…당국 집중조사

30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 포토맥 강에 있는 여객기와 헬기 충돌 현장 주변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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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헬기가 상용 공역 진입 허가를 요청했을 때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은 고도 200피트(약 60m) 이하로 포토맥강 동쪽 제방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항로 사용을 허용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하지만 헬기는 허가된 항로에서 0.5마일(약 800m)를 벗어나 고도 300피트 이상 지점에서 항공기와 충돌했다.

항공교통관제통신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브ATC'에 공개된 사고 당시 음성 자료에 따르면 사고 직전 관제사가 헬기 조종사에게 "CRJ(여객기)가 보이느냐"고 묻자 조종사가 "CRJ 뒤를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후 관제탑에서 충돌을 목격했고 관제사의 비명이 음성 자료에 담겼다. 사고가 촬영된 영상에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던 여객기에 헬기가 접근해 충돌,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담겼다.

헬기가 항로를 벗어난 이유는 당국의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군 밤중 훈련 적절했나…야간투시경 착용 여부도 조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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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헬기의 훈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다코다)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레이건 공항에 계속해서 새로운 게이트가 건설되면서 활주로가 복잡하고 하늘도 무척 혼잡해졌다"며 "좁은 공간에서 지나치게 이동량이 많은 만큼 모든 것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결정에 따른 충돌"이라며 "여객기와 정확히 같은 고도에서 헬기가 이동 중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미 육군 항공당국이 당시 헬기 조종사의 야간투시경 착용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어두운 밤에는 조종사가 수면과 하늘을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야간투시경을 사용한다. 다만 미 육군은 야간비행 때 야간투시경 착용을 의무화하진 않고 있다. 사고 헬기 조종사는 총 비행경력이 1000시간 이상인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다른 조종사의 2배 수준이다. 부조종사도 비행시간이 500시간에 달한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관제인력 만성부족, 예견된 인재였나…사고 당시 혼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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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교통안전을 책임질 관제 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미 연방항공청 내부 예비보고서를 근거로 사고 당시 공항 관제 업무를 1명이 맡았다고 전했다. 이 공항에서는 오전 10시부터 밤 9시30분까지는 관제사 2명이 각각 고정익 항공기와 헬기 관제를 나눠 맡지만 밤 9시30분이 넘어 비행기 통행량이 줄면 관제사 1명이 전체 관제를 맡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밤 8시53분에도 규정과 달리 관제사 1명에게 업무가 인계됐다는 것이다. 연방항공청은 예비 보고서에서 "이날 관제사 배치가 시점이나 항공 통행량 등에 미뤄볼 때 정상적이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레이건 공항의 자격을 갖춘 관제사가 2023년 9월 기준 19명으로 수년째 인력 부족 상태라고 전했다. 연방항공청과 관제사 노조는 이와 관련, 관제사 3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하루 전인 지난 28일에도 레이건 공항에서 민항기와 군 헬기가 충돌할 뻔한 상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코네티컷주 윈저록스에서 출발한 리퍼블릭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헬기를 발견하고 급히 기수를 돌리면서 약 10분 동안 선회한 뒤 다시 착륙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확인한 교신 기록에 따르면 복행(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이륙) 이유를 묻는 관제탑에 여객기 조종사는 "아래에 헬기가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충돌방지시스템 미작동 왜…탑승객 67명 전원 사망

민간 여객기와 군 헬기가 충돌,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 뒤로 미 의회 의사당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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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민항기에 장착된 충돌방지시스템이 낮은 고도 탓에 작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 장치는 항공기에 설치된 송·수신기를 통해 자동으로 주변의 다른 항공기를 감지해 30~60초 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면 조종사에게 "트래픽"이라고 반복하는 경보를 보내고 15~30초 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면 수직 방향 기동을 권고한다. 대부분 항공기의 충돌방지시스템 감지범위는 반경 12마일(약 19.3㎞)로 안전거리로 여겨지는 3~5마일의 2~4배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1993년 대형 항공사 항공기에 충돌방지시스템이 의무화되면서 이번 사고 여객기에도 장치가 장착된 상태였다. 다만 항공기 고도가 500피트(약 150m) 아래로 내려가면 이·착륙 상황으로 보고 충돌방지시스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300피트 상공에서도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군용 헬기에도 일반적으로 충돌방지시스템이 장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는 2009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다 인명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군 헬기 탑승군인 3명 등 총 67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는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소형 여객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공중에서 충돌, 포토맥강에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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