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 당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시코르스키 H-60)가 허가받은 경로와 고도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와 충돌한 군 헬기가 비정상적인 비행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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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헬기 비정상 비행했나…당국 집중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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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 포토맥 강에 있는 여객기와 헬기 충돌 현장 주변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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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헬기가 상용 공역 진입 허가를 요청했을 때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은 고도 200피트(약 60m) 이하로 포토맥강 동쪽 제방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항로 사용을 허용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하지만 헬기는 허가된 항로에서 0.5마일(약 800m)를 벗어나 고도 300피트 이상 지점에서 항공기와 충돌했다.
헬기가 항로를 벗어난 이유는 당국의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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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밤중 훈련 적절했나…야간투시경 착용 여부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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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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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결정에 따른 충돌"이라며 "여객기와 정확히 같은 고도에서 헬기가 이동 중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미 육군 항공당국이 당시 헬기 조종사의 야간투시경 착용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어두운 밤에는 조종사가 수면과 하늘을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야간투시경을 사용한다. 다만 미 육군은 야간비행 때 야간투시경 착용을 의무화하진 않고 있다. 사고 헬기 조종사는 총 비행경력이 1000시간 이상인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다른 조종사의 2배 수준이다. 부조종사도 비행시간이 500시간에 달한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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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인력 만성부족, 예견된 인재였나…사고 당시 혼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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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밤 8시53분에도 규정과 달리 관제사 1명에게 업무가 인계됐다는 것이다. 연방항공청은 예비 보고서에서 "이날 관제사 배치가 시점이나 항공 통행량 등에 미뤄볼 때 정상적이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레이건 공항의 자격을 갖춘 관제사가 2023년 9월 기준 19명으로 수년째 인력 부족 상태라고 전했다. 연방항공청과 관제사 노조는 이와 관련, 관제사 3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하루 전인 지난 28일에도 레이건 공항에서 민항기와 군 헬기가 충돌할 뻔한 상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코네티컷주 윈저록스에서 출발한 리퍼블릭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헬기를 발견하고 급히 기수를 돌리면서 약 10분 동안 선회한 뒤 다시 착륙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확인한 교신 기록에 따르면 복행(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이륙) 이유를 묻는 관제탑에 여객기 조종사는 "아래에 헬기가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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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방지시스템 미작동 왜…탑승객 67명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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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여객기와 군 헬기가 충돌,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 뒤로 미 의회 의사당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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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993년 대형 항공사 항공기에 충돌방지시스템이 의무화되면서 이번 사고 여객기에도 장치가 장착된 상태였다. 다만 항공기 고도가 500피트(약 150m) 아래로 내려가면 이·착륙 상황으로 보고 충돌방지시스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300피트 상공에서도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군용 헬기에도 일반적으로 충돌방지시스템이 장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는 2009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다 인명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군 헬기 탑승군인 3명 등 총 67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는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소형 여객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공중에서 충돌, 포토맥강에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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