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문화방송(MBC) 사옥.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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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이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살피는 공식 진상조사에 뒤늦게 나서기로 했다. 문화방송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해 논란을 빚었다.
문화방송은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고 오요안나씨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라고 알렸다. 문화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위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며, 회사 내 인사 고충 관련 조직 부서장들도 실무위원으로 참여해 정확한 조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 조사는 오는 주말 준비를 거쳐 다음주 초에 시작될 예정이다.
문화방송은 이어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직후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확보된 사전조사 자료 일체를 위원회에 제공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2021년 5월부터 문화방송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일해온 오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이 오씨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내용을 발견하고 지난해 12월 가해자로 지목된 직장 동료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고, 오씨가 사내에 피해를 알렸으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문화방송 사쪽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어 “고인이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동시에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엠비시(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해서 논란을 키웠다. 이어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엠비시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근로기준법(76조의3)에 따라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사쪽에서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이날 문화방송에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 연락을 취하고 자체조사 지도 공문도 발송했다.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 관련 민원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지체 없이 조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관할 지청인 서울서부지청을 통해 문화방송에 자체 조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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