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4년 연간 실적(잠정 집계)을 공개했다. 전체적으론 성적이 좋아졌지만 최악의 실적을 거뒀던 2023년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여서 큰 의미는 없다. 뜯어보면 아쉬운 점도 숱하다. 실적을 떠받드는 '대들보' 반도체부터 가전·스마트폰까지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어떤 풍파를 겪은 걸까. 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1편이다.
삼성전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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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전체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기대치를 밑돈 실적도 많았다. 1월 31일에 2024년 잠정 실적을 잠정 집계 후 발표한 삼성전자 이야기다. 일단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98.3% 늘어난 32조72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34조4514억원)도 122.5% 증가했다. 매출은 300조8709억원을 올렸는데, 이 역시 16.2%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넘어선 건 2022년(302조2314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 4분기 부진한 성적표=다만, 증가세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기저 효과의 결과물에 불과하단 얘기다. [※참고: 삼성전자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43조3766억원) 대비 84.8% 줄어든 6조5700억원으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데다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실적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최악의 해'였던 셈이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건 삼성전자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92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7조여원을 크게 밑돌았다. 매출 역시 전분기 대비 4.0% 줄어든 75조7883억원에 머물렀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9조7815억원에서 7조7544억원으로 20.7%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한 건 '반도체 부문'이 부진했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분기(3조8600억원)보다 45.8% 줄어든 수치다.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판매가 확대하면서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3% 증가한 3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24.9% 줄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모바일 부문 수요의 약세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까지 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모바일 부문 수요 약세가 지속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까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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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기기·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4분기 매출은 40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9.9%, 31.7% 줄었다. 가파른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친 건 DX 부문 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 사업이었다.
신제품 출시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면서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업체 간 경쟁 심화로 TV와 가전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한 것도 DX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중 모바일 부문의 실적 부진은 다소 의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 '갤럭시AI'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S24'로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 뛰어난 번역·통역 기술로 'AI폰의 원년을 썼다'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한참 밑돌았다. 경쟁사인 애플이 하반기에 AI 기능을 대거 강화한 '아이폰16'을 출시하면서 반격에 나선 게 삼성전자의 실적을 갉아먹었다. 스마트폰 업계 하위권인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폰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 것도 나쁜 변수로 작용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13일 보고서에서 "DS사업부의 일회성 연구 비용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로 2025년 영업이익은 개선할 것"이라면서 "AI 시장 내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삼성전자는 올해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삼성전자에 닥칠 '나쁜 변수'는 없는 걸까. 이 이야기는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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