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경거리 삼아 내부결속·통제력 강화 시도
이스라엘 반발에 역풍 불수도…내달 3일 영구휴전 협상 주목
가자지구에 붙들려 있다가 풀려나는 이스라엘인 인질들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을 조직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쇼'로 활용하면서 가뜩이나 위태롭던 양측의 휴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는 임시 휴전 발효로부터 12일째인 30일(현지시간) 세 번째 인질 교환에 나섰다.
이스라엘 여군 아감 베르거(19)와 민간인인 아르벨 예후드(29·여), 가디 모셰 모제스(80·남) 등 이스라엘인 3명과 태국인 5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 감옥에 있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10명을 돌려받은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후드와 모제스 등 이스라엘 민간인 두 명이 풀려난 장소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주도해 전쟁에 불을 붙인 하마스 전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집 앞이었다.
군인 신분인 베르거는 이와 별개로 가자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자발리야 난민촌으로 끌려가 이스라엘을 겨냥한 선전전에도 이용됐다.
자발리야 난민촌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이스라엘 여군 아감 베르거 |
하마스는 그를 폐허가 된 자발리야 난민촌 한가운데에서 풀어줬다.
하마스는 이후 배포한 성명에서 인질을 같은 날 두 차례로 나누어 석방한 까닭에 대해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이 우리의 땅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엄청나게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나온 건 결의와 힘, 저항의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지난 19일 첫 인질 석방 당시에도 주변 인파를 통제하지 않아 여성 인질들이 몰려든 군중을 피해 달아나듯 차에 오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25일 2차로 여군 4명을 풀어줬을 때는 군복 느낌의 녹색 옷을 입히고 무대에 올라 웃으며 손을 흔들게 했다.
이처럼 하마스 측의 인질 석방 '쇼'가 갈수록 도발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는 건 하마스가 벌인 전쟁으로 1년여간 막대한 고통을 겪고도 가자지구 주민들이 여전히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야유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둘러싸인채 풀려나는 인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졸이는 이스라엘인들 |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물렸기에 즉각 대응할 방안이 없는 이스라엘은 인질을 구경거리로 삼는 하마스의 행태에 격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30일 예후드, 베르거 등과 교환할 예정이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110명의 석방을 유보했다가 미국을 비롯한 중재국의 설득을 받아들여 석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때 이스라엘 군정보기관을 이끌었던 요시 쿠퍼르바서는 "모두가 그들이 인질을 대하는 무례한 방식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태가 하마스에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6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내달 3일부터 영구적인 휴전에 들어갈지를 놓고 협상에 들어간다. 쿠퍼르바서는 "지금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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