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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충돌 당시 관제사 한 명만 근무"…美 여객기 사고 둘러싼 미스터리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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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다양한 가능성 거론… 헬기 '비정상적 비행' 의심도

미국 워싱턴DC 여객기·헬기 충돌사고가 발생 이틀째에 접어들었지만 사건 경위와 관련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항기와 군용 헬기의 공중 충돌이라는 흔치 않은 사태가 벌어진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외신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거론했다.

연합뉴스는 3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 사고 당시 헬기가 허가받은 경로와 고도를 벗어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30일 워싱턴DC 포토맥 강에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의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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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와 충돌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비정상적 비행'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이 헬기가 상용 공역 진입 허가를 요청하자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은 고도 200피트(약 60m) 이하로 포토맥강 동쪽 제방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항로 사용을 허가했다.

헬기 조종사는 이 항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또 여객기를 육안으로 확인했다. 관제탑에서는 여객기의 후방에서 항로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헬기는 예상 밖의 운행을 했다. 300피트를 초과해 고도를 높였고, 허가된 항로에서 0.5마일(약 800m) 벗어나 여객기와 충돌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NN 방송은 미 육군 항공당국이 당시 헬기 조종사의 야간투시경 착용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어두운 밤에 조종사가 수면과 하늘을 착각할 수 있는데, 이런 '비행착각'을 방지하기 위해 야간투시경을 사용한다. 다만 미 육군은 야간비행 시 투시경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사고 헬기의 조종사가 비행 당시 야간투시경을 착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조종사는 총 비행 경력이 1000시간 이상인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 후 추락한 미국 워싱턴DC 인근 포토맥강에서 수색 중인 구조대.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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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항공 교통안전'을 책임질 관제 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NYT은 미 연방항공청(FAA) 내부 예비 보고서를 근거로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 업무가 한 명에게 몰린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보통 이 공항은 두 명의 관제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각각 헬기 관제와 고정익 항공기 관제를 나눠 맡는다. 오후 9시 30분을 넘겨 비행기 통행량이 줄어들면 1명의 관제사가 전체를 통제하게 된다.

사고가 난 시간은 오후 8시 53분께다. 두 명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어야 하는 시각인데 일찍 한 명에게 업무가 인계된 셈이다. 매체는 관제탑 관리자는 그날의 항공 상황 등에 따라 때로 오후 9시 30분 이전에 한 명의 관제사를 재량껏 먼저 퇴근시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고 하루 전인 28일에도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민항기와 군 헬기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코네티컷주 윈저록스에서 출발한 리퍼블릭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헬기를 발견하고, 급히 기수를 돌려 약 10분간 선회한 뒤 다시 착륙했다는 것이다. WSJ는 교신 기록을 확인해 보도했는데, 이에 따르면 복행의 이유를 묻는 관제탑에 조종사가 "아래에 헬기가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29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여객기-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 헬기 충돌·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슬프게도 생존자가 없다”며 “너무나 소중한 영혼을 갑작스럽게 빼앗긴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 우리나라 수도와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둡고 괴로운 밤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운항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인 연방항공청(FAA) 청장 대행에 FAA에서 22년 근무한 크리스토퍼 로슈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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