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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내란특검법 또 거부한 최상목…민주, 탄핵은 안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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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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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며 국회에서 내란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해 폐기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정치적 역풍 등을 우려해 당장 탄핵소추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정부로 이송되어 왔던 특검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이전 특검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두번째 특검법을 대폭 수정했음에도 여전히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국회에서 대승적으로 논의해달라”고 또다시 공을 돌린 것이다.





“윤 재판 진행중…특검 필요성 판단 어렵다”는 최 대행





최 대행은 그러면서 “치열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특별검사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보완됐지만, 여전히 내용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헌법질서와 국익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특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수색 및 검증까지 제한하는 강한 보호 규정을 두고 있는 ‘위치와 장소에 관한 국가 비밀’은 한 번 유출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검찰이 이미 내란 기수(실행에 옮겨 결과가 발생한 것) 혐의로 기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익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함께 균형 있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칫 정상적인 군사 작전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 대비 태세가 위축될 수 있고, 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그들의 명예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 중인 권한대행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6표→1표→?…내란 특검법 폐기 수순이라는 국힘





국민의힘은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모두 갖춘 결정이자, 대한민국의 법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결단”(김대식 원내대변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 기소’로 특검법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0일 동안 112억원이나 들여 특검해서 뭘 더 밝혀내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기 대선을 위한 ‘내란 특검 쇼’를 하겠다는 것으로서 역대급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내란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1차 내란특검법은 지난해 12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3명 중 찬성 195표, 반대 86표, 기권 2표로 가결된 바 있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8일 치러진 재표결에선 찬성 198표, 반대 101표로 폐기됐다. 내란 특검법을 공동 발의한 야 6당이 192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6표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후 여당의 뜻을 수용해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한 2차 내란 특검법은 지난 17일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4명 가운데 찬성 188표, 반대 86표로 가결돼 오히려 찬성표가 줄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권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이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데다 여당 지지율이 계엄령 이전으로 회복돼 여당 내에서 재표결 시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2차 내란 특검법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은 “재의결(재표결)하면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 특검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한 국민의힘 의원도 한겨레에 “윤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한 특검이었는데 (이미) 기소가 되지 않았나. 민주당도 특검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반대 뜻을 내비쳤다.





혁신·진보 “최상목 탄핵 즉각 추진”…민주 일단 ‘경고’만





야권에서는 “특검의 칼날이 윤 대통령을 넘어 자신까지 겨누게 될까 두려운 것이냐”, “대통령 놀음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란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대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최 대행을 즉각 탄핵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최 대행 탄핵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대행 탄핵의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역풍도 우려되는 까닭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최 대행에 엄중 경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여당 내 합리적인 의원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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