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당시 기내 소화기 사용 못해…"비상대피로 대응 전환"
3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위험관리평가를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BEA는 위험관리평가를 실시한 뒤 합동 감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5.1.3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산=뉴스1) 조아서 김동규 금준혁 기자 = 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당시 짧은 시간 내에 강한 연기와 불꽃이 기내에 번져 소화기를 아예 사용하지 못한 채 비상탈출이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내 좌석 위 선반 안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승객과 승무원의 증언에 미뤄 기내 수하물 내 특정 물체에서 발화됐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면서 기내 수화물 중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리튬이온 기반 보조배터리가 유력한 발화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화재처럼 한 번 발화하면 열폭주 현상과 함께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쉽게 진화하기 힘든 특성 탓에 기내 반입 물품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내 배터리 화재 발생 매뉴얼'은 크게 네 단계로 분류된다.
이번 사고에서 화재를 목격한 승무원이 먼저 짐칸에 보조 배터리를 넣은 승객을 찾고, 재빨리 소화기를 가져왔다는 증언에 따르면 승무원은 보조 배터리 화재를 인지하고 매뉴얼을 그대로 수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화재 확인 후 절차대로 진압을 위해 소화기 즉시 가져왔으나, 화재 진행 상태를 보고 비상탈출로 대응을 전환했다"며 "화재 직후 기장에게 보고하고, 유압 및 연료개통 차단한 뒤 비상탈출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를 인지하고 대처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보조 배터리를 직접 휴대해야 한다"며 "오버헤드 빈에 있을 시 승무원이 발화 지점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연간 5~6건의 기내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을 기록했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 화재와 달리 특수 약재나 모래로는 진압 효과가 미비하고, 화재 규모에 준하는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진화 방법으로 알려진 만큼 미인증 불량 배터리에 대한 보안 검색 강화, 기내 반입 시 보관 장소 지정 등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비행 중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튬이온 배터리로 화재 원인이 밝혀지면 반입 규정 강화 등 별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내 반입 배터리를 좌석 앞이나 잘 보이는 곳에 두게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며 "선반 안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인지가 늦어져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ase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