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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위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31일 삼성전자가 '2024년 4분기·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놓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반도체 업계 영향 진단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며 업계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HBM 시장이 딥시크로 인해 요동칠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이다.
올해 반도체 업황은 HBM을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갈 수 있지만 상반기까지는 예단이 어려운 상태다. 당장 미국 정부까지 AI 반도체 수출 규제 수준을 높이면서 중국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경쟁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AI 개발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곳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라는 점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AI 반도체 확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고 AI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해 HBM 수요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DDR5·LPDDR5X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더욱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 PC와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 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돼 HBM과 기업용 SSD와 같은 AI 메모리 관련 제품을 크게 확대해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확산으로 공급 과잉에 직면한 상황에서 첨단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올해 하반기에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HBM3E 16단의 경우 고객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16단 스택 기술 검증 차원에서 이미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며 "1c 나노 기반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제품의 양산을 올해부터 시작하며, 16단 제품은 고객 수요에 맞춰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2023년 3분기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낸드 감산에 돌입했거나 감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낸드는 업계 내 과거 2년간 이어진 보수적인 설비투자 집행과 감산 기조 확산으로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악재는 미국발 수출 통제다.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제한 강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따라 공급망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들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모바일 수요가 부진하고 가동률이 저하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AI와 HPC 분야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 맞춰 첨단 공정에서 수주를 늘리기 위해 기술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박소라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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