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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MBK·영풍 '법적대응' 본격화…고려아연 "적법·정당했다"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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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본격 법정 다툼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MBK·영풍은 법원에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조치까지 진행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MBK·영풍의 논리를 적극 반박하며 '적법한 경영권 방어'였음을 강조했다.

영풍은 지난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31일 밝혔다. MBK·영풍 연합 측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박탈 위기에 처하자 기습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만들고,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규정을 근거로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위법 부당하게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위법 부당하게 제한당함으로써 주주권의 본질 부분을 이미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제도 본래 취지와 다르게 도입 결의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정관 변경이 가져 올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이번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을 한시라도 빨리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힘을 줬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그리고 SMC의 이성채 최고경영자(CEO)와 최주원 최고책임자(CFO) 등이 신고 대상이다.

MBK·영풍이 지난 23일 최윤범 회장의 승리로 끝난 임시주총에 대해 법적 대응을 본격화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의 명의로 이루어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에 해당된다는 게 MBK·영풍 측의 핵심 주장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올인원니켈제련소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진척상황을 확인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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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SMC는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가 최 회장 측과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의 지분 10.3%를 갖게 되고,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보유한 구도가 형성됐다.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짐에 따라 양측의 의결권이 사라졌고, 이튿날 진행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최 회장 측은 SMC가 호주 법인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은 법 명문상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호주에 기반을 둔 SMC가 영풍의 주식을 취득해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만드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박기덕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불법을 했겠느냐"며 "충분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SMC도 이날 입장을 내고 "상호주 형성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적법하고도 정당한 수단"이라며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것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조치"라고 했다. 또 MBK·영풍이 SMC를 향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여서 상호주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가 그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라고 반박했다. SMC 사명에 붙는 'Pty Ltd' 역시 '비공개 주식회사'라는 뜻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는 위법 부당한 논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마땅히 취소되거나 무효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시급히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최윤범 회장이 무모하게 저지르고 있는 일련의 탈법적 행위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경영권을 수성한 최 회장 측은 사내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울산 온산제련소 현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은 "경영진과 임직원, 노사가 합심해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며 "흔들림 없이 우리의 계획대로 준비해나갈 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제련소를 통한 이차전지 소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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