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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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에 계엄이 무슨 소리입니까?”
지난해 12월3일 밤 대통령실로 소집된 장관들은 비상계엄 선포 1~2시간 전에야 현실과 맞닥뜨렸다. 계엄 선포에 직전에 달려와 임박해 상황을 알게 된 장관들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뜯어말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비상계엄만은 안 된다”는 외침이 무력했다. 윤 대통령이 기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사의를 표명한 국무위원도 있었다. 왜 국무위원들이 끝내 윤 대통령을 말리지 못했던 걸까. 국무위원들이 국회에서 한 증언과 수사기관 진술 내용들을 종합해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비상계엄 선포 전, 급박했던 한 시간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국무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등으로부터 소집 연락을 받은 사람 누구도 비상계엄을 예상하진 않았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대통령실이 ‘차기 총리 후보’를 물색하던 중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고 생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여기 왜 모이셨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 누구와도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다.
특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뒤늦게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을 찾은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도 집무실에 들어가 대통령을 말렸다. 이들은 “절대로 하시면 안 된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상계엄이냐”며 윤 대통령 말리기에 가세했다. 윤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렵게 마련된 국무회의조차 5분만에 끝났다. 이 모임을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부터 참석자들 간 의견이 갈렸다. 일반적 국무회의 형식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회의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절차가 없었고, 국무회의 간사인 행안부 의정관이 배석하지 않았다.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한 국무위원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표현했고, 다른 국무위원은 “간담회 형식”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도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재고해 달라”며 비상계엄 선포를 뜯어말렸지만 윤 대통령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자리를 떴다.
비상계엄 선포…“유튜브 보고 알았다”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앞줄 왼쪽부터) 등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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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에게 ‘일방 통보’를 남기고 접견실을 뜬 윤 대통령의 행방을 다들 궁금해 하던 차에 누군가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켰다. 휴대전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생중계 영상이 흘러나왔다. 국무위원들은 접견실을 나간 윤 대통령이 향한 곳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생방송 촬영 장소였다는 것을 이 영상을 접하고 나서야 알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의 표명’ 의사를 밝힌 인물은 최 부총리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1시40분경 한국은행총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의 회의를 소집한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은총재의 만류로 사의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윤 대통령의 계엄은 선포 약 6시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이 비상계엄이 ‘경고성’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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