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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화)

미국 여객기 사고에…일본, 162명 전원 숨진 ‘54년 전 악몽’ 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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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발생한 미 육군 헬리콥터와 민간 여객기 충돌 참사 뒤 구조대원들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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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 충돌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참사가 벌어지자 일본에선 과거 비슷한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거듭 철저한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역대 최악의 여객기 참사는 1971년 7월30일 일어났다. 인근 주민들은 이날 오후 2시께를 “구름 한점 없는 맑고 더운 날이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일본 이와테현 시즈쿠이시 상공 8500m 높이에서 항공자위대 소속 항공기 F86F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었다. 조종간을 잡은 건 미야기현 야모토에 위치한 항공자위대 제1항공단 마쓰시마 파견대 소속의 훈련병이었다. 그의 전투기 옆에는 교관기 한 대가 비행하고 있었다.



이때 돌연 훈련병이 전일본항공(ANA) 민간 여객기가 다니는 하늘 길로 진입했다. 이 항로에는 이미 일본 삿포로 지토세공항에서 출발한 보잉727 여객기가 도쿄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민간 여객기가 공중에서 자위대 전투기와 충돌했고,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자위대 전투기를 운전하던 훈련병은 낙하산을 타고 탈출했지만, 여객기는 그대로 추락해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등 탑승자 162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두 비행기의 충돌로 인한 굉음이 동쪽으로 20㎞ 넘게 떨어진 모리오카 지역까지 들렸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직후 항공자위대 훈련 과정에서 전투기가 폭발하는 사고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마을에서 자위대 전투기 잔해가 발견됐고, 일부는 전투기 훈련생이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장면을 봤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뒤 뉴스 등을 통해 민간 항공기와 충돌 소식이 전해졌다. 또다른 주민들이 민간 여객기 잔해로 보이는 금속 조각들이 떨어졌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여객기는 인근 오우산맥의 험한 산간 지역에 추락했다. 당시 일본 방송 엔에이치케이(NHK)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망가진 채 무성한 나무숲 사이에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형체가 남은 기체 부분에 ‘전일’이란 글자가 새겨져 전일본항공이란 소속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경찰, 소방, 자위대원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탑승자 162명 가운데 단 한 명도 구출되지 못했다. 결국 사고 발생 26시간여 만에 희생자들의 주검이 모두 수습됐다.



이때 사고는 이전에 비행 훈련시간이 21시간밖에 되지 않은 훈련병이 항로를 잘못 판단해 민간 영역으로 들어갔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엔에이치케이는 “해당 영공이 민간 비행 경로와 자위대 훈련이 겹치는 곳으로 이전부터 (민간 여객기를 향한) 자위대 항공기의 이상 접근이 지적됐던 곳”이라며 “사건은 세계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기록됐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미군 헬리콥터와 민간 여객기 충돌 사건으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참사가 일어나자 일본에선 1971년 이와테 항공기 충돌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실제 일본에선 자위대 소속 항공기와 헬리콥터들이 민간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경우가 있어 여객기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공항 주변에서는 이착륙을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하다 보면, 기내에 설치된 충돌방지장치(TCAS)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위대에서는 민간 항공기를 회피하는 별도 훈련 등을 하고 있다. 또 민간 공항 인근에서는 항공기 지휘 통제 체계가 뒤섞이지 않도록 자위대 소속 항공기 역시 해당 공항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는 걸 원칙으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1일 “일본에서도 민간여객기와 훈련 중이던 자위대 항공기가 충돌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 이후 재발 방지 노력이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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