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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수)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백악관도 수그린 트럼프의 '이것'…취임 일주일만에 바이든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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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발언 쏟아내 "미국의 기획 편집자" 평가…허위·과장 논란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취재진에 발언을 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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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발언이 8년 전 1기 집권 당시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발언이 3배 이상 많다.

미국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후 첫 주에 카메라 앞에서 7시간 44분 동안 8만1235개 단어를 말했다고 보도했다.

분량으로 영화 스타워즈 3부작의 대사보다 길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햄릿·리처드 3세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취임 첫 주 공개발언도 훌쩍 뛰어넘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첫 주에 2시간 36분 동안 단어 2만4259개를 말했다. 얼추 계산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3배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집권 1기였던 2017년과 비교해도 말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엔 취임 첫 주에 3시간 41분 동안 3만3571개 단어를 말해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기 취임 이후엔 특히 지난 20일 취임 당일 발언이 길었다. 이날에만 2만2000여개 단어를 쏟아냈다. 지난 24일 첫 워싱턴DC 외부 일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와 캘리포니아 재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1만7000여개 단어를 말했다.

한자리에서 쏟아내는 말의 양도 많지만 주제가 다양하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불법체류자 구금법안 서명식에서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규탄, 연방지출 동결 노력, 정부 인력 감축, 이주민 폭력, 불법체류자 관타나모 수용안 등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기록해야 하는 백악관 속기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도 전했다. 백악관은 현저하게 늘어난 속기사 업무 때문에 인력 증원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1기 집권 당시부터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듯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거나 심각한 논란을 부르는 즉흥적인 제안이 다수 섞여 자주 논란이 됐다. 지난 23일 집권 2기 출범 후 첫 국제무대 복귀 연설이었던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화상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실제 내용을 부풀린 주장을 거침없이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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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상대로 "엄청난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규모가 2000억~2500달러에 달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미 CNN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대(對) 캐나다 교역 적자가 2023년 기준 406억달러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명이 사망했다"는 표현도 과장된 표현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서 10만여명, 러시아군에서 15만여명이 각각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하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집트나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로 이주시키자고 말해 인종청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자 주민 강제이주론에 이스라엘 극우진영은 환영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요르단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과장되거나 때론 허위로 판명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지지층을 노린 정치적 발언이라는 얘기다. 미국 언론의 끊임없는 팩트체크(사실검증)에도 불구하고 4년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한 게 이 같은 전략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무대를 갈망하고 관심이 권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다른 정치인보다 잘 이해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언변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한번이라도 나처럼 기자회견을 해낸 적이 있느냐"며 "절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진실과 허위, 과장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공익적이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고 마틴은 "투명성이 돌아왔다"며 "정보의 공유와 소통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전 대통령의 홍보 직원이던 케이트 버너는 "조심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힘일 수밖에 없다.

TV 프로듀서로 질 바이든 전 영부인의 대변인을 지낸 마이클 라로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다"며 "미국의 기획 편집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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