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서태지/사진=머니투데이 DB |
"지난 4년간의 가요계 활동을 마감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새로운 음반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작업은 제게 살이 에이고 뼈를 깎는듯한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합니다."(서태지)
1996년 1월31일 오전 11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해체를 알렸다. 1992년 4월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이 활동한 지 4년 만이다. 정상의 위치에서 발표된 은퇴 소식은 가요계와 대중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진행한 기자회견은 각 방송사 9시 뉴스의 첫 소식으로 다뤄졌다. 은퇴를 반대하는 팬은 서태지 집 앞에 모여들기도 했다.
은퇴 기자회견 직후에는 기자회견장부터 공항까지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을 보기 위해 공항엔 300여명의 팬이 모였고, 공항당국이 200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다행히 큰 소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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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 은퇴에... 경찰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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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
은퇴 기자회견 전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은 미리 은퇴 사실을 알렸다. 1996년 1월22일 그룹 리더였던 서태지는 "오늘 이후 가수 활동을 비롯한 모든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가요계를 떠나기로 했다"며 "이른 시일 내 가요계를 떠나는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행히 가족과 매니저 등 주변 인물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진행한 결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는 폭력조직의 강압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당시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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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이 말하는 해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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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전 멤버 이주노 /사진=김휘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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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이 말하는 해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태지가 해체 기자회견 당시 말한 '창작의 고통'을 대중은 이해하지 못했다. 해체 이후 활발히 활동을 이어간 멤버 이주노, 양현석에게도 끊임없이 '해체 이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듬해인 2008년 서태지는 SBS FM '이적의 텐텐클럽'에 출연해 "4집을 만들기 전에 양현석, 이주노와 마지막 앨범이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팬들에게는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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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은 2012년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서태지는 정말 힘들게 음악을 했던 것 같다"며 "4집 컴백홈 준비 당시 5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더 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희는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자유를 갈망했던 시절이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에 정부가 개입했다거나 폭력조직이 가담했다거나 멤버의 불화가 문제가 됐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을 만든 서태지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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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컴백 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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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해체했지만, 문화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1990년대 대중음악은 발라드와 트로트가 주류였으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로 인해 댄스뮤직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어 '환상 속의 그대'까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헐렁한 티셔츠에 통 넓은 반바지, 벙거지 패션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가사에는 사회적인 의미를 담았다. '교실 이데아'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꼬집었다.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매일 아침 7시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등 현실을 지적하면서 청년의 마음을 달래줬다.
마지막 앨범인 4집의 '시대 유감'은 음반 발매 전 가사 수정을 지적받자 저항의 표시로 가사를 통째로 들어내고 연주곡만을 앨범에 실었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나이 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매다니네" 등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이에 서태지 팬들이 '가요 사전심의제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헌법재판소가 가요 사전심의제에 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시대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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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걸그룹 에스파가 '시대유감'을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서태지도 29년 만에 '시대유감'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리마스터링한 버전의 음원을 공개했다.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은 해체했지만, 그들이 남긴 변화는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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