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매출 3분의1 수준…그나마 정부 지원에 버텨
소비심리 바닥…정부 지원책 내놨지만 "체감 어려워"
"올해 더 힘들 거라 낙담…전통시장 지원 필요"
지난 29일 오후 설날을 맞아 경기 안양중앙시장 내부 모습. 설 대목을 맞았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이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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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다른 명절과 비교하면 이번 설 연휴 때 매출이 한 30~40% 줄었어요. 예전엔 손님들이 장바구니 가득 채워 사 갔지만, 지금은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갑니다."
설날을 맞은 29일 경기 안양중앙시장에서 만난 생활용품 전문점 정종국(63·상인회장) 대표의 말이다. 이날 오후 3시께 찾은 안양중앙시장은 총 700여 개 점포가 모인 큰 시장인데도 손님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1시간 동안 머무는 사이 △휴대전화 충전기△비닐봉투 묶음 2~3개△사기 컵△목장갑 같은 소소한 물품을 사가는 손님만 오갔다.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가고 설 당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사람이 너무 없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2층 규모의 생활용품 전문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예전에는 설 연휴에는 쉬기도 했는데 3년 전부터는 조금이라도 벌어보려고 명절에도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아직도 코로나19 유행 때 겪은 고통이 가시지 않았는데 계엄 사태까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최장 9일에 달하는 긴 설 연휴를 맞아 한국일보는 29~30일 서울 망원시장, 영등포중앙시장, 안양중앙시장 등 전통시장 3곳을 찾아 10여명의 상인들을 만났다.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설 연휴 특수는 커녕 평소 주말만큼도 손님이 붐비지 않았고, 시장 상인들은 "계엄 사태 이후 고사 직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전통시장인 서울 망원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를 손님들이 둘러보고 있다. 강진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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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도 안 들어와...늘어나는 건 빚뿐"
영등포시장에서 30년간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임완임(61)씨는 "작년 설 명절과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라며 "결국 늘어나는 건 빚 뿐인데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 지원도 여러 제약 조건이 있어 나는 못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설에는 온누리상품권 들어온 것도 없고, 오히려 내가 전 부치려고 정육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썼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망원시장은 그나마 나았다. 망원시장 내 정육점에서 근무하는 조모(70)씨는 "축산물은 비교적 고가이기도 하고, 그나마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가 있으니까 환급 기준 금액에 맞춰 많이들 사갔다"며 "다만 예전엔 소고기를 많이 사갔다면 지금은 돼지고기, 뒷다리살 3근에 만 원하는 걸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정부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언급한 건 온누리상품권 환급 지원이다. 정부는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에 한해 3만4,000원~6만7,000원을 결제했다면 온누리상품권 1만원을, 6만7,000원 이상 결제했다면 2만 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줬다. 금액을 충족하는 카드나 현금 결제 영수증만 있다면 온누리상품권을 시장에서 즉시 돌려받을 수 있다. 환급 규모는 총 270억 원으로 참여 시장은 280개소 수준이다.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영등포중앙시장 내 가게들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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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마저 끊기면...올해는 더 힘들 것"
상인들은 벌써 설 연휴 이후를 걱정한다. 그나마 있었던 정부 지원이라도 끊기면 시장은 냉기만 가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등포시장에서 25년째 육계를 판매하는 김모(66)씨는 "상인들 모두 올해는 더 힘들 거라고 낙담하고 있다"며 "인터넷으로 상품을 유통하는 젊은 사람들은 낫다는데, 우리처럼 인터넷도 못하는 사람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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