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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일)

[현장] "이런 명절 처음이다... 매출 3분의 1로 줄어" 설 연휴 전통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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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0일 영등포·망원·안양중앙시장 방문
명절 매출 3분의1 수준…그나마 정부 지원에 버텨
소비심리 바닥…정부 지원책 내놨지만 "체감 어려워"
"올해 더 힘들 거라 낙담…전통시장 지원 필요"

지난 29일 오후 설날을 맞아 경기 안양중앙시장 내부 모습. 설 대목을 맞았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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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다른 명절과 비교하면 이번 설 연휴 때 매출이 한 30~40% 줄었어요. 예전엔 손님들이 장바구니 가득 채워 사 갔지만, 지금은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갑니다."

설날을 맞은 29일 경기 안양중앙시장에서 만난 생활용품 전문점 정종국(63·상인회장) 대표의 말이다. 이날 오후 3시께 찾은 안양중앙시장은 총 700여 개 점포가 모인 큰 시장인데도 손님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1시간 동안 머무는 사이 △휴대전화 충전기△비닐봉투 묶음 2~3개△사기 컵△목장갑 같은 소소한 물품을 사가는 손님만 오갔다.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가고 설 당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사람이 너무 없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2층 규모의 생활용품 전문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예전에는 설 연휴에는 쉬기도 했는데 3년 전부터는 조금이라도 벌어보려고 명절에도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아직도 코로나19 유행 때 겪은 고통이 가시지 않았는데 계엄 사태까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최장 9일에 달하는 긴 설 연휴를 맞아 한국일보는 29~30일 서울 망원시장, 영등포중앙시장, 안양중앙시장 등 전통시장 3곳을 찾아 10여명의 상인들을 만났다.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설 연휴 특수는 커녕 평소 주말만큼도 손님이 붐비지 않았고, 시장 상인들은 "계엄 사태 이후 고사 직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전통시장인 서울 망원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를 손님들이 둘러보고 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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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도 안 들어와...늘어나는 건 빚뿐"


영등포시장에서 30년간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임완임(61)씨는 "작년 설 명절과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라며 "결국 늘어나는 건 빚 뿐인데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 지원도 여러 제약 조건이 있어 나는 못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설에는 온누리상품권 들어온 것도 없고, 오히려 내가 전 부치려고 정육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썼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망원시장은 그나마 나았다. 망원시장 내 정육점에서 근무하는 조모(70)씨는 "축산물은 비교적 고가이기도 하고, 그나마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가 있으니까 환급 기준 금액에 맞춰 많이들 사갔다"며 "다만 예전엔 소고기를 많이 사갔다면 지금은 돼지고기, 뒷다리살 3근에 만 원하는 걸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는 설 연휴 전부터 바닥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전월보다 3.0포인트 상승한 것에 그쳤다. 불법계엄 여파로 전달에 바닥(88.2)을 찍은 상황이었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소비심리 개선, 이보다 작으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본다. 정부도 설 연휴를 맞아 민생을 지원하고자 지난 9일 '2025년 설 명절 대책'을 발표했다. 농축수산물 할인을 위해 최대 900억 원을 투입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6대 설 성수품 26만5,000톤을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정부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언급한 건 온누리상품권 환급 지원이다. 정부는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에 한해 3만4,000원~6만7,000원을 결제했다면 온누리상품권 1만원을, 6만7,000원 이상 결제했다면 2만 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줬다. 금액을 충족하는 카드나 현금 결제 영수증만 있다면 온누리상품권을 시장에서 즉시 돌려받을 수 있다. 환급 규모는 총 270억 원으로 참여 시장은 280개소 수준이다.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영등포중앙시장 내 가게들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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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마저 끊기면...올해는 더 힘들 것"


상인들은 벌써 설 연휴 이후를 걱정한다. 그나마 있었던 정부 지원이라도 끊기면 시장은 냉기만 가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등포시장에서 25년째 육계를 판매하는 김모(66)씨는 "상인들 모두 올해는 더 힘들 거라고 낙담하고 있다"며 "인터넷으로 상품을 유통하는 젊은 사람들은 낫다는데, 우리처럼 인터넷도 못하는 사람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안양중앙시장 영세상인(노점)연합회 김종훈(61) 회장은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지역 상품권인데, 노점 상인들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도 많아 상품권을 받고 쓰는 데 제약이 따른다"며 "정부 지원 사각지대인 노점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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