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MBC가 2021년 자사의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공채로 입사한 오요안나(28)씨의 사망과 관련해 밝힌 입장문 중 일부다. 설 연휴 중인 지난 27일 매일신문이 지난해 9월 사망한 그녀의 휴대전화 속 유서로 추정되는 총 2750자의 문서를 통해 그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한 이후 각종 매체가 잇달아 관련 소식을 전한 후였다.
MBC 입장문은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지, 각 매체를 포함한 대중에게 호통을 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MBC는 입장문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MBC는 사건 진상에 대해 조사해야 할 책임자인데, 오히려 누군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 것처럼 관련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게다가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MBC 흔들기’ ‘세력들의 준동’ 같은 표현은 지상파 방송사의 언어로 적절하지 않다. 방송사는 가장 정치 중립적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데스크 앵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나라가 위험하다”며 “끝까지 맞서겠다”고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두고 클로징멘트를 통해 “국민이 아니라 극우 세력만 보고 선동하는 궤변”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금의 입장문은 MBC가 그렇게 비난하던 ‘세력’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입장문을 통해 스스로 ‘정치 편향적’임을 드러낸 건 아닌가. MBC에서 3년여 청춘을 보낸 직원의 죽음에 대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같은 짧은 한마디가 그렇게 하기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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