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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금)

대출 '기지개' 켜는 은행권, 당국·정치권 압박 속 금리 인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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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기준금리 인하 은행들 반영해야" 직접적 언급
이달부터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가산금리 속도 조절 불가피 전망도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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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올해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적용했던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은행권에선 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관리,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하면 큰 폭의 대출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올려오던 가산금리를 올해 다시 내리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5~0.30%포인트 낮췄다. 주택구매·생활안정 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의 가산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 인하했다. 전세자금대출(금융채 2년물 한정) 가산금리도 주택금융공사 보증 건에 대해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보증 건에 대해 0.3%포인트 각각 내렸다.

SC제일은행도 지난 13일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높였다. 20일부터는 다자녀 우대금리(0.1%포인트) 조건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했다. 우대금리가 확대되면 가산금리 인하와 마찬가지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17일부터 대출 가산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다. 상품별로는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 내리고 전세대출 상품은 0.2%포인트 일괄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주기형(5년) 주담대 가산금리를 0.09%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우리은행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32~5.52%에서 연 4.21~5.51%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6일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해 연 3.83~5.23%로 책정했다.

반대로 가산금리 추가 인상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케이뱅크는 23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에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가산금리를 0.5%포인트씩 올렸으며 지난 21일에도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0.3%포인트,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가산금리를 0.05~0.06%포인트 올렸다. 현재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4.85~5.91%, 마이너스통장은 5.66~6.52% 수준이다.

농협은행도 지난 18일 대출 차주의 부도율, 부도시 손실률 등 원가 요소 조정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약 0.1%포인트 올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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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정치권 압박 속 1분기 금리 인하 움직임 계속될까…큰 폭 하락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인하 주문과 정치권에서 은행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수정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은행권을 향한 요구가 이어져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기본적으로 그건 대출금리에 반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지금 하고 있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종전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최근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에 각종 보험료나 출연금 등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중은행과 간담회를 가지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권의 애로사항과 상생금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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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부터 가계대출 관리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대폭 올려왔다. 이후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11일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음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인 반면 예금금리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낮춘 것을 두고 예대금리차에 대한 지적도 따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41%포인트로 1.45%포인트였던 2023년 8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은행권의 속도 조절이 불가할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가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되면서 은행권 가산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시중은행의 가산금리를 둘러싼 눈치싸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선 은행들이 지난해 말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대폭 끌어올린 가계대출 문턱을 올 초에는 약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은행의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 결과 국내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마이너스(-) 1로 나타나 7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가계주택은 6을 기록, 전 분기(-42) 큰 폭의 마이너스에서 48포인트 뛰어올라 소폭 플러스로 전환했다. 가계일반도 전 분기(-39)보다 43포인트 크게 개선돼 3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0을 넘으면 대출태도의 완화를, 0을 밑돌면 강화를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의 가계 대출태도는 생활안정자금과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비대면 신용대출 등에서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로 큰 폭의 대출금리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당국에서는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3.8% 수준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최근 이재명 대표가 주관한 간담회 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금리 인하를 고민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현재 당국의 기조가 가계대출 조절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인하로 소비자들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가계대출 금리는 가계 대출 총량, 부동산 경기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행들이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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