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1 (금)

[사설]전 세계 흔든 中 ‘딥시크 쇼크’… 韓엔 더욱 버거워진 AI 경쟁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스마트폰 앱 딥시크의 페이지가 표시되고 있다. 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가용 반도체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설 연휴 기간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27일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새 5890억 달러(약 847조 원) 증발할 정도로 미국 증시는 충격에 빠졌다. 옛 소련이 미국보다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올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스푸트니크 순간’에 필적할 만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AI 기술 경쟁 속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착잡하다.

딥시크의 AI 추론 모델 ‘R1’은 일부 성능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o1’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딥시크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최신 AI 모델 개발에 사용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을 활용하면서 학습 과정에 혁신을 도입해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고성능 칩과 막대한 전력에 의존해 온 AI 개발 구조를 뒤집은 것이다. 딥시크가 실제론 고사양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AI발 미중 패권 경쟁을 촉발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전 세계는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총성 없는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AI 인프라에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내놨다. 중국은 딥시크 외에도 알리바바까지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했다며 경쟁에 가세했다. 유럽연합(EU)도 기업 육성, 규제 타파 등으로 AI 생태계를 키우는 5개년 로드맵을 최근 내놨다.

하지만 한국은 입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칠 뿐 뒷짐만 지고 있다.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AI 산업 정책을 주도하겠다며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정국 혼란 속에서 개점 휴업 상태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확충특별법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중국 딥시크의 공습은 한국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대응을 잘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선 고성능 칩에 집중됐던 AI 반도체 수요가 다양화하면서 한국 메모리 기업의 판로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전력 생산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미국 빅테크와 겨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민관이 함께 똘똘 뭉쳐 기술 혁신에 매진하면 뒤집을 수 있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