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부산시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8일 밤 10시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탈출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지난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 규명의 열쇠인 기내 감식이 이르면 31일 진행된다. 항공업계와 당국에선 탑승객이 선반에 둔 보조배터리에서 발화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1일 오전 중 기내 현장 감식 시점을 결정해 착수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사조위는 이날 오전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기내 감식을 위한 사전 점검을 진행한 뒤, 오후엔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및 에어버스 관계자 10여명과 머리를 맞댔다. 프랑스 쪽에서도 이튿날 오전 기체를 살펴본 뒤 감식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은 항공기를 제작·설계한 국가에서도 사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고기는 에어버스 A321-200으로, 에어버스사는 프랑스에 본사가 있다.
앞서 28일 밤 10시15분께 부산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비상탈출했다. 항공기는 절반이 타버렸으나 경상자 3명을 제외하고 탑승자 전원이 무사 탈출했다.
기내 감식이 늦어지는 이유는 사고기 양쪽 날개에 실린 3만5900파운드에 이르는 항공유 때문이다. 기내 감식 과정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도를 아직 당국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위험도가 높다면 항공유를 제거한 뒤 감식을 해야 한다. 사조위 관계자는 “감식 과정에서 다시 불이 나면 폭발 가능성이 있는 탓에 기체를 가장 잘 아는 에어버스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본 뒤, (그들의) 의견을 참고해 연료 제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를 제거하지 않고 기내 감식을 한다면 이르면 31일 오후부터 감식이 이뤄질 수 있다.
관심거리는 화재 원인이다. 일단 화재를 최초 목격한 에어부산 승무원이 “항공기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를 목격했다”고 진술한 상태다. 이에 좌석 위의 기내 수하물을 두는 보관함(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혹은 기내 합선이 화재 원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보조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에도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에 탑승한 한 승객이 들고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무원이 소화기로 진화하는 일이 있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을 보면, 전력량 160와트시(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기내에 휴대해 탑승할 수 있다. 통상 자주 쓰는 2만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75와트시에 해당하고, 3만밀리암페어시부터 100와트시를 넘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선반 안에 둔 탓에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도 승객이나 승무원의 확인이 늦어질 수 있다”며 “절연 상태로 개별 팩에 (배터리를) 포장한 뒤 (선반이 아닌) 눈에 보이는 곳에 배터리를 두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테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날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테러 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안 검색 등에서 테러와 관련된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수지 박종오 김영동 기자 suji@hani.co.kr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