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문봉동·식사동 사업 추진에 지역주민 "전자파·소음 유발"
재심의 의무기한 없고 지자체 규제 제각각…정부 기준 마련해야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이 지역 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전자파와 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방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 소통 부족과 안전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인허가 절차와 규제도 현장 혼선을 초래해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식사동의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은 지자체의 건축 인허가 심의를 앞두고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데이터센터가 전자파와 소음을 유발하고, 주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8일에는 일산동구 위시티 사거리에서 주민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 궐기대회도 열렸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 지연도 우려된다. 지자체는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위해 도시계획심의를 진행하는데, 주민 반발 등 문제가 생긴 경우 최대 2번의 재심의 과정을 더 거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재심의가 필요한 경우 30일 이내에 진행할 것을 제시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친다.
현재 식사동 데이터센터는 도시계획심의를 앞두고 있고, 문봉동은 두 번째 재심의를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는 AI 산업 발달로 인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기대와 달리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주민 반대로 인한 공사 지연·중단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민·지자체 등과의 갈등으로 공사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것은 건설사에 큰 부담"이라며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 자재 원가나 인력 운용비 증가하고, 착공의 경우 미리 인력을 준비해 놓는데 갑자기 공사 시점이 밀리면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인허가 절차와 규제도 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일대에 짓고 있는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지난 2022년 7월 부천시의 건축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착공했으나 같은 해 10월 부천시 도로관리심의에서 부결됐다. 데이터센터의 특고압 전력 공급 경로 역할을 하는 굴착 관련 자료가 미흡하다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선 7000볼트(V)를 초과하는 전압인 특고압 전력 수급이 필수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량은 수도권에 70% 이상이 집중된 상태다. 한국전력의 전국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현황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으로 전력 공급 중인 데이터센터는 157개다. 이 가운데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96개로, 전체 계약 전력 중 74%에 해당하는 1705메가와트(㎿)를 공급 중이다. 2028년까지 수도권 내 64개 데이터센터가 전력 공급을 추가로 신청하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은 당분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해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고양시는 데이터센터 확산을 막기 위해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600㎡당 1대에서 200㎡당 1대로 변경했고, 경기 용인시는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소음·화재 방지를 위한 7개 강화된 기준을 새로 도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데이터센터 산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인데 국내는 규제에만 머물러 있다"면서 "데이터센터처럼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업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한승구 수습기자 win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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