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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체 2000개 vs 테슬라 3만5000개'. 인공지능(AI) 학습·추론을 위해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엔비디아 H100)를 확보한 수량이다.
전 세계는 AI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구글 웨이모가 사람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이고 미국 오픈AI, 중국 딥시크가 작가처럼 글을 쓰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내놓은 배경에는 GPU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있다.
에어스트리트캐피털 보고서에 따르면 H100 기준으로 메타는 35만개, xAI는 10만개, 테슬라는 3만5000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3만개, 구글은 2만6000개의 GPU를 보유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앞서 'SK AI 서밋'에서 "한국은 전체를 통틀어 H100 GPU가 2000개 정도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약 1만개를 보유했다고 추정하나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난 대표 모범 국가로 꼽혀 왔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중간소득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1136~1만3845달러)에 진입한 뒤 고소득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1만3846달러 이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60년대 중진국 101개 가운데 중진국 함정을 탈출한 국가는 대한민국, 아일랜드, 대만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진 중국은 AI 산업에서 미국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부상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미국을 100점으로 보면 중국은 50점대 초반, 한국은 30점 정도"라며 "한국이 조금만 미끄러져도 20위권 밖이 된다"고 염려했다.
한국이 중국에 뒤처진 것은 '혁신국가의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AI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는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고인이 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혁신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지속적 혁신'과 종전 시장을 파괴하고 새 시장을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했다. 한국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제조업경쟁력지수(CIP) 순위에서 독일, 중국, 아일랜드에 이은 4위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38개국 가운데 33위다. 지속적 혁신은 있었지만,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은 부족했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의 창조적 파괴는 무섭다. 화웨이, 텐센트, TCL은 AI 기반 스마트 제조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고 있고 BYD, 니오, 엑스펑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자율주행차를 잇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다른 모범 사례인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으로 AI 순위(토터스미디어 발표)가 2023년 13위에서 지난해 5위로 뛰어올랐다. 프랑스 AI의 대표 주자인 '미스트랄AI'는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을 직접 개발하며 미국이나 중국의 AI 모델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국가의 딜레마
한 국가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지속적 혁신'에 집중하느라 시장이 통째로 바뀌는 '창조적 파괴'를 놓치는 현실을 가리킨다.
[이상덕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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