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고사양, 고가 중심의 엔비디아 충격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연쇄 영향 불가피
AI 시장 확대 기대감도...관건은 中의 반도체 자립
2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DeepSeek)와 챗GPT(ChatGPT)의 애플리케이션이 깔려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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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중국이 '저가형 반도체'로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구현한 딥시크로 미국 AI 업계를 가격하면서, 미국 중심의 AI 반도체 전략을 짜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책 마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양사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두 회사의 주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AI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AI시장의 성장으로 사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으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 반도체 자립도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임원 및 일부 직원들은 설 연휴 기간에도 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촉발시킨 중국발 AI 및 AI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며, 딥시크가 주장하는 저성능 반도체 탑재 여부, 향후 시장 대응 등을 면밀히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가 정말 저가형 반도체를 실제 탑재했는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의 시장 상황을 신중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 타격→삼성전자·하이닉스 연쇄 타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CES 개막 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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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등장과 함께 엔비디아의 주가를 가격했다.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구형의 H800 칩이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에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도 변수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저사양의 반도체만으로도, 고성능 AI모델을 구축했다는 사실에 놀라 H20칩을 포함한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 검토에 돌입했다. 이는 다시 엔비디아의 실적(대중 수출은 전체 매출의 10%)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에 고가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도 향후 1~2년에 걸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개막에 앞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SK 그룹 전시관에 SK 하이닉스의 세계최초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16단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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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독점적으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3 공급에 이어 HBM3E 공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딥시크 충격으로 인해 그만큼 AI 소프트웨어 산업은 '적은 투자'를 하고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고비용 중심인 엔비디아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가형 HBM 올인전략 수정 가능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시적인 매출 감소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엔비디아의 시장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오픈AI가 촉발한 AI 산업을 딥시크 등 중국 업체들이 더 키우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며, 결국 HBM이 필요하고, HBM을 만들 수 있는 삼성,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사양·고가의 반도체 전략에 올인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저가용 시장으로 전선을 넓혀나갈 지, 고사양 시장으로 직진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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