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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 근처 포토맥강에서 비상 대응 부대가 비행기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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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항공 산하 PSA가 운영하는 여객기 아메리칸이글 5342편과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 충돌 사고의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미 백악관과 의회의사당, 펜타곤 등 핵심 시설들이 밀집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엄격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는 수도 중심부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어웨어’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인 아메리칸이글 5342편은 29일 오후 5시22분(미 중부 표준시) 캔자스주 위치타에 있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공항에서 출발해 워싱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향했다. 여객기는 비행 약 2시간 반 만인 오후 8시53분쯤(동부 표준시) 시코르스키 UH-60 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 33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헬기와 충돌했다. 5342편의 무선 트랜스폰더(다른 비행 물체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전파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치)는 활주로에서 약 730m 떨어진 곳에서 정보 전송을 멈췄다.
블랙호크 헬기의 정확한 이륙 지점과 시각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 북부 사령부 산하 수도권 합동태스크포스는 사고 헬기가 미 육군 제12 항공대대 소유로, 사고 당시에는 해당 헬기로 훈련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 헬기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과 11마일(약 18km)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포르벨보어 소재 데이비슨 육군 비행장에 보관돼 왔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백악관, 연방의회, 국방부를 비롯해 중요한 정부·군사 시설에 인접해 있다. 12항공대대는 워싱턴 영공에서 정기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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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 관제탑이 헬기를 향해 여객기를 피해 갈 것을 경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CNN방송은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탑 녹음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녹음본에 따르면, 관제사는 헬기 조종사에게 “PAT 2-5, CRJ가 눈에 보이나? PAT 2-5는 CRJ 뒤를 지나가라”고 명령했다.
관제탑의 교신에 헬기 조종사는 “항공기가 시야에 들어왔다”면서 ‘시각 분리’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약 13초 뒤, 녹음본에서 충돌 순간의 소리가 들렸다고 CNN은 전했다. 시각 분리란 관제탑이 인접한 항공기들에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를 내려 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군용 헬기는 물속에서 뒤집힌 채로 발견됐고, 비행기는 산산이 조각난 채 발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WP는 사고 직전 날씨는 ‘양호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 기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인 당일 오후 8시53분 당시 하늘이 맑아 영공 가시거리가 10마일(약 16㎞)에 달했으며, 북서쪽에서 16mph의 바람이 불었다.
전문가들은 블랙호크 헬기가 여객기와 시각 분리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FAA는 합동으로 사고 조사에 나섰다. 미 정부는 연방수사국(FBI) 잠수팀, 소방대원, 경찰관 등을 포토맥강에 투입해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캄캄한 밤인 데다가 강물이 차가워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는 실종·사망자 가족이 몰려들면서 아비규환이 됐다. WP는 공항 인근에 많은 운전자들이 차를 세우고 가면서 도로가 주차장 수준으로 변했으며, 공항을 찾은 몇몇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미친듯이 전화를 걸고 있었다고 전했다.
추락한 여객기에는 피겨 스케이팅 코치로 활동 중인 러시아의 전직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 2명을 비롯해 전현직 선수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캔자스에서 열린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 및 청소년 선수들을 위한 캠프에 참가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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