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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딥시크 이어 알리바바도···중국발 AI 공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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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AI 공습 이미지. DALL-E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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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비용으로 챗GPT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충격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도 이에 뒤질세라 자체 AI 모델을 내놓으며 “오픈AI를 뛰어넘었다”고 홍보했다. 미국 정부의 고성능 반도체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성능을 보완한 중국발 AI 공습이 본격화하면서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가 지난 20일 출시한 AI 추론 모델 ‘R1’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추론형 모델 ‘o1’을 일부 능가했다. 벤치마크 지표인 500개 수학 문제 테스트에서 97.3%의 정확도를 보이며 96.4%를 기록한 o1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R1의 연산 비용은 토큰(텍스트 최소 단위) 100만개당 2.19달러로, 60달러인 o1과 비교하면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추론형 모델은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고민한 뒤 답을 내놓는 AI를 말한다.

딥시크 AI의 핵심은 효율화다. 딥시크 모델은 총 6710억개의 매개변수로 구성돼 있는데 실제 구동할 때에는 340억~370억개만 활성화된다. 사람이 직접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 학습시키는 ‘지도학습’ 대신,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터득하는 ‘강화학습’만 시행한다. 이를 통해 추론에 드는 컴퓨터 사용 비용과 메모리 사용량을 아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모델은 고성능 연산용 칩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구축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딥시크 R1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딥시크는 새로운 시스템을 훈련하는 데 600만달러어치의 컴퓨팅 파워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AI 서버가 갖춰진 데이터센터가 아닌, 일반적인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모델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경량화했다. 이에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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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를 시작으로 중국 AI 기업들은 연초부터 하나둘 성과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알리바바는 세 번째 AI 모델 ‘큐원 2.5-맥스’를 출시하며 오픈AI와 메타, 딥시크의 모델을 능가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이번 모델의 사전 훈련 데이터는 토큰만 20조개를 넘는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오픈소스 AI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지난주 주력 AI 모델인 ‘두바오’를 업그레이드한 ‘두바오 1.5 프로’를 출시했다. 회사는 해당 모델이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지표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에서 오픈AI o1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긴장하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 AI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엔비디아 등의 고사양 AI 칩 수출을 철저히 막아왔다. 딥시크가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힌 ‘H800’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을 중국 수출용으로 변형한 저사양 모델이다. 딥시크 입장에서는 설계 최적화를 통해 저성능 칩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아울러 중국에도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여럿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내수용이었다. 그러나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영어·한국어 등 외국어 콘텐츠를 학습하고 추론 결과물은 물론 대중 서비스까지 본격 지원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픈AI 등이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 정책을 따르는 반면 딥시크는 R1의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 딥시크에 대해 “중국 기업이 출시한 딥시크가 우리 산업이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AI 기술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시크 이전에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특허를 내는 등 학계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왔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열리는 AI 관련 학회를 거의 매년 가는데 40%가 중국 국적 논문이고, 60%가 중국식 이름을 가진 저자의 논문”이라며 “이처럼 오랜 기간 AI 기술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대기업 외에도 우리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딥시크 같은 스타트업이 AI 업계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AI의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I 석학으로 손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토론토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이것은 일반적으로 AI 안전의 관점에서 좋은 일이 아니라, 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과 다른 경쟁자들이 안전보다는 선두를 되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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