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2017년엔 '경쟁' 2025년엔 '독주 체제'
여권, 2017년엔 '분열' 2025년엔 '반 이재명'
尹 탄핵 찬성 75%→59%… 朴 탄핵 땐 유지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4년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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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17년 설 직전 한국갤럽 여론조사 1위 문재인.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선고. 5월 10일 대선.’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25년 설 직전 한국갤럽 여론조사 1위 이재명.’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 이후의 정치 상황은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데칼코마니입니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절차를 밟으면서 여야가 조기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있다는 사실까지요.
2017년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던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대선 재수’에 성공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202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줄곧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점까지는 유사한 흐름입니다.
2017년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직후 경선주자였던 최성(왼쪽부터) 전 고양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호프집에서 만나 건배를 나누며 화합을 다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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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겐 ‘이재명·안희정’이 없다
2025년의 이 대표에게 없는 것은 ‘2017년의 이재명’입니다. 2017년 설 직전 진행된 한국갤럽의 1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이 31%로 전체 후보 중 1위를 달렸고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12% 지지율로 야권 후보 중 2위였습니다. 민주당의 경선 전까지 이 대표의 선명성이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후 상대적으로 중도층에 소구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치고 올라오면서 3파전을 형성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경선이 끝난 이후에는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올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 선명한 이 대표, 더 중도적인 안 전 지사의 지지 세력이 똘똘 뭉친 것이죠. 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경쟁자들과 가졌던 ‘호프타임’이 이를 상징합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1%)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계엄 이후로 시계를 확장해 봐도 우원식 국회의장(2024년 12월 3주 기준 1%) 정도가 있습니다. 야권 전반으로 확장을 해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2%)만 있을 뿐입니다. 당시 누렸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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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라지니 ‘이재명 잡기 경쟁’만
보수 진영의 대선 레이스도 2017년과 2025년은 전혀 다른 흐름입니다. 2017년에는 정치권 밖에 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망론’이 거세지면서 ‘제3세력’으로서 기대를 받았고, 이는 보수의 분열로 이뤄졌습니다. 1월 둘째 주 까지만 해도 반 전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20%로, 문 전 대통령에 앞서는 일부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 보수층의 지지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5%)이 차지했고,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이 배턴을 이어받았습니다. 그사이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아직은 분열되지 않은 채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1월 넷째 주 기준으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이 이 대표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 주자로 꼽힙니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야권인데도 보수진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있습니다.
이 대표의 독주체제가 길어지다 보니 보수의 목표도 ‘이재명을 이길 후보 찾기’로 단순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체포, 구속되면서 ‘내란 심판 선거’라는 야권의 시대정신이 희석되고 ‘이재명이냐 아니냐’는 여권의 프레임이 부각되고 있다는 거죠. 지금은 김 장관이 보수진영에서 가장 앞서나가지만,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후보가 선출되고 분산된 표가 한데 뭉친다면 이 대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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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2017년을 떠올린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시선도 2017년 박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광장의 열기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을 내걸었던 당시와 비교해 덜한 측면도 있지만, 당시 무기력했던 보수가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변신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죠.
여론조사에서 ‘나는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 차이에서 여기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대선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스스로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단 한 차례도 30%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탄핵안 통과 직전 24.5%까지 줄어들었던 보수층 응답자가 설 직전에는 35.4%까지 대폭 늘어났습니다. 8년 전에는 보수층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63%(반대 32%)에 달했던 반면, 이번에는 보수층의 탄핵 찬성 여론이 27%(반대 69%)에 그친 것도 큰 차이입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정치 도산공원 연재 문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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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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