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리인하 중단' 파월 "서두를 필요 없다…트럼프와 접촉 안 해"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Fed, 트럼프 압박에도 기준금리 동결

3연속 인하 후 연 4.25~4.5%로 유지

파월 "금리 상당히 덜 제약적"

트럼프 관련 논평 거부…"우리 일 할 것"

"정책 입장 조정을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대중은 우리가 할일을 계속 할 것이란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신중한 통화완화 기조를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향후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2기 정책 영향을 평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ed의 금리 동결 조치 이후 뉴욕증시는 하락했고, 채권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개최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기준금리가 "상당히 덜 제약적"이라면서 "정책과 경제가 정말 좋은 상태에 놓여 있어 (통화정책) 조정을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Fed는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연 4.25~4.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9월 5.25~5.5%였던 금리를 2년 반만에 0.5%포인트 내리며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후 11월과 12월 0.25%포인트씩 추가로 낮추며 3연속 인하에 나선 뒤 첫 동결 조치다. 이로써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를 낙관하면서도 "추가 진전을 위해 준비된 것 같지만 진전을 이루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Fed의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당장 바꾸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관련 파월 의장의 입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Fed에 "즉각적인 금리 하락을 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만 "Fed가 우리 일을 계속 할 것이라는 데 대해 대중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백악관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는 보류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이민·재정·규제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정책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정책과 관련한 변수가 너무 많아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정책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관세에 대한 간접적 언급도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날 FOMC 정책결정문에서는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Fed의 달라진 평가가 눈에 띄었다. Fed는 노동시장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올해 초부터 전반적으로 완화됐다(have generally eased)"고 진단했지만, 이번엔 "여전히 견조하다(remain solid)"고 문구를 수정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somewhat elevated)"고 평가했는데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는 기존 문구는 삭제했다.

Fed는 "위원회는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고자 한다"면서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위원회는 이중 책무 양쪽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전망과 관련해 들어오는 정보의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할 경우 통화정책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Fed가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뒤 첫 금리 동결 조치를 단행하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 내려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7%, 0.51% 내렸다.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보다 1bp(1bp=0.01%포인트) 내린 4.5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bp 오른 4.22%를 기록 중이다.

골드만삭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린지 로스너 멀티섹터 채권 수석은 "Fed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며 새해 통화완화 사이클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강력한 성장세, 회복력 있는 노동시장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지표 상승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 더 인내력을 갖고 접근해야 할 여지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Fed의 완화 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FOMC는 다음 금리 인하 전 인플레이션 지표의 추가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