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할 것" 트럼프에 핵무력 강화 기존입장 재확인
넉달만에 또 우라늄농축시설 찾아…"절제된 어조로 정치적 메시지"
김정은, 핵물질 생산기지·연구소 현지지도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외교 재개 시사에 호응하지 않고 "핵 방패의 부단한 강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협상의 사전단계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압박용 행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면서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핵무력 강화 노선 관철 의지를 재확인하는 행보를 공개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현지지도에서는 핵물질 생산에 관한 기술적 언급 없어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가 부각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대화 재개를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은 현재 상태에서 당장 대화에 응하기보다는 당분간 핵 무력 강화 노선을 가속하며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에 나서더라도 핵 군축이 아닌 비핵화 협상은 시작조차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핵물질 생산기지·연구소 현지지도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핵무기를 고도화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 군축, 이른바 '스몰 딜'을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자극적인 행동 방식이 아닌 보여주기 방식으로 핵 능력 과시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며 "우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향후 대미 협상에 있어 몸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내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핵 개발을 고수하는 이유로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으며 비판의 수위 조절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고 있던 시점에 맞춰서 의도적으로 이번 핵물질·핵무기 시설 현지지도를 공개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쪽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핵물질 생산기지·연구소 현지지도 |
한편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핵물질 생산기지의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는데,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을 보면 벽·바닥재 등 내부 시설이 작년 9월 공개한 '핵물질 생산시설'과 달라 같은 시설 내 다른 건물이거나 아예 다른 단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짧은 기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 설치가 가능하고 보도 사진상 시설물이 작년 9월에 공개된 시설보다 노후했다"며, 이번 현지 지도 시설이 영변 또는 '제3의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는 강선과 영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미 정보당국이 파악한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이 미국이 파악한 미공개 시설이라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초과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핵물질 증산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계획과 능력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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