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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선 안 될 희생자 179명…사고 조사·경찰 수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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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한달] 12월 29일 삽시간에 벌어진 비극

엔진서 가창오리 흔적·블박은 사고 4분7초 전 기록 중단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열린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파손된 둔덕(로컬라이저)가 방치되어 있다. 2025.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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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스1) 최성국 기자 = 한순간에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밤낮없는 수색 작업 끝에 희생자들은 겨우 수습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가족과 이웃을 잃은 광주·전남은 '국가애도기간' 종료 후에도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유지하며 희생자들의 영면을 여전히 기원하고 있으며, 정부는 항공사고조사본부의 '사고 원인 규명'과 수사본부의 '책임 소재 규명'의 투트랙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잊어선 안 될 최악의 여객기 사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2분 57초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방위각 시설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참사로 여객기에 탑승해 있던 181명 중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고는 삽시간에 벌어졌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54분 43초에 항공기는 무안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한 최초의 교신을 시도했다. 관제탑은 활주로 01로 착륙 허가를 내줬다.

약 3분 뒤인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은 항공기에 조류 활동 주의 정보를 알렸다.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고 39초 뒤 FDR과 CVR의 기록이 동시 중단됐다.

기록 중단 당시 항공기는 고도 498피트에서 161노트의 속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항공기를 복행하던 8시 58분 56초쯤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선언)'를 여러 차례 외쳤다.

약 4분간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던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 19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동체 착륙 자체는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지만 속도를 줄이지 못한 항공기는 활주로를 넘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위각 시설을 들이받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7일째인 4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실린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2025.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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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없는 블랙박스…엔진 충돌 조류는 철새

현재까지 추정되는 사고 원인은 크게 '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 기어 미작동',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방위각)'로 꼽힌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항공기 블랙박스는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기 4분 7초 전부터 기록이 중단됐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해 분석 중이다. 여기에만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조위는 사고 직후 항공기 잔해 조사, 주요 부품·기체와 엔진 조사, 드론 촬영을 통한 잔해 분포도 작성, 시료 채취 및 운항·정비 자료 확보 등에 집중해왔다.

동체와 날개 등 모든 잔해물은 사고현장에서 무안공항 격납고 등으로 17일 분산 이동됐으며, 20일부로 초기 현장조사를 종료하고 정밀 분석이 필요한 잔해를 김포공항에 위치한 사조위 시험분석센터로 운송한 상태다.

양쪽 엔진을 조사한 사조위는 엔진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거쳐 '가창오리'가 버드스트라이크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

기러기목 오리과인 가창오리는 몸길이가 약 40㎝인 철새다.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봄과 가을엔 한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다만 엔진에 빨려들어간 조류의 개체수는 정밀 파악되지 않았다.

사조위는 최근 '예비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는 총 12단계로 구분되는 사고 조사의 5단계에 해당한다.

시험분석센터와 관련 전문기관에 수거된 부품 등을 의뢰해 검시·검사·분석·시험에 해당하는 6단계는 일부 동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엔진상태 확인과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분해 검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조사가 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의 경우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다.

공식 수색과 현장 조사가 마무리된 무안국제공항은 시설물 복구와 관련, 한국공항공사의 요청으로 4월 18일까지 폐쇄된다.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어린이들이 헌화를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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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본격화…'공정 조사' 약속에 유족들 일상 복귀

사고 초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를 꾸린 전남경찰청은 한달 간 무안공항과 제주항공 관계자 등 20여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본부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참사 발생 전후의 구체적인 상황과 근무이력, 항공·공항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 등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정식 입건된 수사 대상자는 없으나 수사본부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제주항공 관계자 1명을 '중요 참고인'으로 선정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수사본부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 무안공항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무안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15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자료 검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조사도 일부 마무리됐다. 하지만 전자기기가 대부분 비행기모드로 전환돼 있어 참사와 관련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항공사고조사위원회와 공조해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이번 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을 지키고 있는 유가족들은 사조위의 객관·공정 조사 약속을 토대로 오는 2월 15일 무안국제공항을 떠나 일상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엔 무안공항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제사를 치른다.

전남도는 무안공항 인근에 부지를 물색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간 조성을 추진하며, 추모공간엔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안치될 예정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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