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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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에게 지금 상황은 8년 전에 비해 나쁘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땐 여권 분열로 손 써볼 새도 없이 무너졌다면,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란 위기 속에서도 여당은 대체로 한 덩어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反) 이재명’ 정서 등의 이유로 여당 지지율도 외려 상승 추세다.
다만, 당 후보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치 경륜의 길이와 폭은 여권 잠재 대선 주자 중 원탑이라 할 만하다. 그는 1996년 정계 입문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섯 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세 번 당선됐다. 대중 인지도는 100%에 가깝다.
하지만 스스로 표현한 대로 일평생 “무리를 짓지 않은” 탓에 당내에 자신만의 뚜렷한 지지 세력이 없는 게 한계로 꼽혀왔다. 이로 인한 2021년 대선 경선 패배는 홍 시장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
2021년 11월 5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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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은 경선 패배 경험을 다음 대선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았다. 지난 대선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하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로 하방(下放)했다. 경남 창녕이 고향으로 경남지사에 두 번 당선된 그는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에서도 시장에 당선되며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아우르는 영남의 맹주를 자처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앞두고선 한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인사들과 달리 잠재 대선 주자 중 홀로 반대를 외쳤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여권이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며 반대한 9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같은 편에 선 것이다.
하지만 당심 결집을 노린 홍 시장의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을 틈타 강경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다.
빨간색'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선 당시 당심을 장악한 윤석열 후보에게 맞서 청년층과 중도 지지를 얻기 위해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사진은 2021년 10월 당시 부산시당에서 열린 'jp 희망캠프 부산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홍 시장.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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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진행한 전화면접조사에서 홍 시장은 응답자의 10% 지지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6%), 김 장관(16%)에 이어 3위였다. 특히, 보수 성향 응답자의 선호도 1위는 김 장관(33%)이었다.
홍 시장이 여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당심 결집에 집중한 탓에 중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과 선을 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홍 시장은 추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겨놨다. 그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담대하게 대처하자. 탄핵되더라도 용병 윤통이 탄핵된 것이고 한국 보수 진영이 탄핵된 게 아니다. 우리는 용병하나 선택을 잘못했을 뿐이다. 기죽지 말자.”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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