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사람들이 이튼 화재로 불타버린 집의 잔해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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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화재 피해가 집중됐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이번에는 홍수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기상청(NWS)이 이날 로스앤젤레스 지역 일대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국립기상청은 로스앤젤레스와 벤추라 카운티에서는 0.75~1인치, 산간 지역에서는 1.5~3인치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곳은 지난 6일 전례없는 화재로 피해가 집중됐던, 이른바 ‘화상 흉터’(burn scar) 지역이다. 화재가 휩쓸고 지나간 지역에서는 ‘돌발홍수’(flash flooding)과 ‘토석류’(debris flows)가 일어날 위험이 높아,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일대는 극도로 건조한 날씨 탓에 큰 화재들이 일어났었으나, 진압 활동과 비 덕분에 많이 잦아든 상태다. 이날 외신들은 소방당국을 인용해 “팰리세이드 화재는 87%, 이튼 화재는 95%, 최근 발생한 휴즈 화재는 92%가 진압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개월째 내리지 않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또 다른 재해의 위험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중이다.
화재가 일어난 곳에서는 나무와 초목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땅속으로 비를 흡수하는 능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리면 적은 양이더라도 가파른 지형을 타고 폭발적으로 홍수가 일어나기 쉽다. 이 같은 돌발홍수는 진흙, 바위, 나무, 때론 집이나 차량까지 섞여 대규모로 흘러내리는 치명적인 산사태로도 이어지는데, 이를 토석류라 한다. 국립기상청은 “토석류는 자동차를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고,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5일 이튼 화재로 불타버린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의 한 마을 뒤로 폭풍우 구름이 드리워진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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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국립기상청이 로스앤젤레스 화재 피해 지역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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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립기상청은 “월요일 오후까지 이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에 토석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렸다. 국립기상청의 로스앤젤레스 사무실 역시 “‘화상 흉터’ 위로 많은 비가 내리면 산사태나 진흙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민들에게 신속 대응 등을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최근 홍수와 토석류를 막기 위해 “철근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를 깔고, 잔해물을 치워 화재 지역을 보강하고 유해한 물질이 흐르는 것을 막”도록 하는 긴급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화재 잔해와 재에 섞여 있는 석면, 중금속 등 독성 화학물질 등이 인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공중보건국장인 바버라 페러는 “타버린 전자 제품과 건축 자재에서 납과 비소 같은 중금속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잠깐 노출되어도 피부 자극을 일으키고 더 심각한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후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재와 연기 등을 청소할 때 마스크와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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