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한국철도공사 가야차량기지 위로 동서고가도로가 지나고 있다. 부산진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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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남구 감만동과 사상구 감전동을 잇는 지상 10~20m 높이의 동서고가도로가 있습니다. 남해제2지선고속도로에서 도심과 부산항 북항 근처로 연결해주는 총연장 14㎞의 왕복 4차로입니다. 1992년 부분 개통된 뒤 1998년 완전히 개통됐습니다. 부산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합니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부산에?
2017년 민간사업자가 지하 30~40m 깊이에 남해제2지선고속도로 시작점인 사상구 감전동과 해운대구 송정동을 잇는 총연장 22.8㎞의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을 제안합니다. 부산시도 긍정적으로 판단해 정부에 조기 추진을 건의했고, 국토교통부는 2023년부터 민간사업자와 사업 추진에 나섰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를 열어 동서고가도로를 미국 뉴욕 하이라인, 서울로7017처럼 도심 공중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공중공원이 만들어진다면 14㎞에 달하는 세계 최장 규모의 도심 녹지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부산의 동서를 걸어서 둘러보며 횡단할 수 있게 됩니다. 부산시도 동서고가 가운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와 겹치는 7㎞ 구간은 철거가 필요하다면서도, 전체 구간의 공원화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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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서고가도로 근처 주민들은 공원화 움직임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동서고가도로 근처는 아파트 밀집지역이거나 주거지역입니다. 이들은 ‘당연히’ 동서고가도로가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시달렸던 차량 소음과 매연, 사생활 침해 등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요. 그런데 동서고가도로가 철거되지 않고 공원이 되면, 주민들은 여전히 조망권이나 사생활 침해, 야간 소음을 감내해야 합니다. 일부 주민은 “또다시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동서고가도로가 지나는 기초자치단체인 부산진구와 사상구도 철거를 요구합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인 동서고가도로를 걷어내고 단절된 생활권을 연결하는 일에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도 “집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를 잡아 여러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철거 대신 공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동서고가 공원 조감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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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2024년 5월 국토교통부와 민간사업자의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공사비 증액 협의가 시작됐습니다. 아울러 동서고가도로 철거와 공원화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여론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부산연구원의 ‘동서고가로 처리 방안 검토 연구 용역’은 일시 중단됐습니다. 사업 계획 변경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용역 진행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입니다.
주민들 ‘철거’ vs 환경단체 ‘하늘숲길’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아직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반대가 있지만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 올해부터 적극 움직이려 한다.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대안을 찾아나가겠다”고 열의를 불태웁니다. 공중공원에서 부산의 동서를 걸어다니며 구경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시지요.
부산=김영동 한겨레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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