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전국 고·지검장 회의가 약 3시간 만에 종료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차장 및 부장, 전국 고·지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은 어떤 논의를 했는지 묻는 말에 "(법원의 구속영장 기간 연장 불허) 1차 결정, 2차 결정, 형사공보관 공지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거기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며 "수사 경과나 증거관계를 설명드리고 어떻게 할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어서 논의했는데 최종 결정은 검찰총장이 하시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5.1.26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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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두 차례나 신청한 구속 기간 연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서 넘겨받아 서울중앙지법에 두 차례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수처법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연장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를 고민하다 추가 조사 없이 구속기소하는 쪽을 택했다.
이번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사례다. 그런데 체포에서 기소 직전까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고비마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졸속 수사권 조정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 버린데는 공수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도 윤 대통령 수사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일방적으로 소환 통보하고 불응하자 체포를 시도했다. 체포영장도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영장 쇼핑’ 논란을 불렀다. 조사가 목적이라면 여러 대안이 있었지만, 대통령을 관저에서 끌어내고 구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커보였다.
법원도 계엄 사태 이후 법 규정이 애매한 상황에서 여론에 편승한 판단을 해오다 마지막 순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스스로 모순에 빠져 버렸다. 앞서 법원은 검찰이 내란 혐의로 청구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구속영장, 공수처가 내란 혐의로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 영장을 발부했고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게만 있다. 수사권에 혼선이 있고 수사 기관이 애매한 규정을 들어 주장할 경우 법원이 원칙에 입각해 중심을 잡아줘야하는데, 법원이 여론에 떠밀려 수사기관의 주장을 다 받아들여온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수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전 보완수사를 해온 관례를 인정하지 않고 영장 연장을 불허했다. 해직 교사를 특채한 혐의를 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의 경우 공수처가 넘긴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해 기소한 사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수사권 관련 졸속 입법과 공수처·법원이 합작한 총체적 사법 혼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엄격한 법리에 따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번 사태만큼 잘 보여주는 일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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