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종합 근로감독 결과에 노동자 반발
작년 심야 ‘로켓배송’ 근로자 사망
배송 독려, 업무 지시로 볼 수 없어… 법원 판례 따라 ‘근로자’ 해당 안돼
택배기사 “과로사 해법 마련 외면… 상차 분류 작업은 감독조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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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배송을 하던 정슬기 씨는 지난해 5월 경기 남양주시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정 씨의 유족은 “높은 강도의 육체적 업무와 정신적 부담, 누적된 과로로 숨졌다”고 했다. 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일했고 주 6일에 주 평균 노동 시간은 63시간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정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쿠팡CLS)에 대해 실시한 3개 분야의 종합 근로감독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3개 분야는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 파견 감독이다. 고용부는 “쿠팡 배송기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취업규칙-복무규정 등 적용받지 않아”
쿠팡 배송기사들은 현재 택배 영업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정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쿠팡CLS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법 파견 의혹이 일었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등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사업자’인 쿠팡 배송기사들을 사실상 파견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2023년 10월 경기 군포시 주택 복도에서 60대 쿠팡 배송기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쿠팡은 “배송기사는 쿠팡 직원이 아니라 전문 배송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쿠팡CLS 본사, 11개 배송캠프, 34개 택배 영업점 등을 대상으로 배송기사들이 실제 근로자인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137명을 대면 조사했고 최근 1년간 배송기사 1245명의 SNS 내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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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송기사들은 본인이 소유한 배송차량을 본인이 직접 관리하며 제품을 배달했다. 배송 업무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었고 개인의 재량에 따라 입차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으며 배송을 마치면 업무가 종료됐다. 쿠팡CLS나 영업점에서 별도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취업규칙과 복무규정 등도 적용받지 않았다. 급여도 고정된 기본급이 없이 배송 수량에 따른 수수료 형태로 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배송기사들의 SNS 내용을 분석해 봤더니 배송 확인이 90%, 배송 독려가 9.6%, 기타 내용이 0.4%였다”며 “배송 독려나 지원 요청 등이 일부 업무 지시의 성격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화물 배송 준수 독려는 화물 운송 계약을 고지하는 것이라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 야당-노동계 “불법 경영에 면죄부” 주장
고용부의 발표에 택배기사들은 반발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과로사 원인 규명과 해법 마련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과 다름없다”며 “택배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보다 법과 제도적 보장이 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 고용부가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열악한 쿠팡의 노동 현실을 은폐하고 쿠팡에 면죄부를 줬다”며 “고용부가 택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했다면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이라는 고용 형태의 한계와 별개로 최대한 실효적인 근로감독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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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근로감독 결과 어디에도 배송기사들의 야간 노동 시간과 강도를 조사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임금 착취이자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는 상차 분류 작업에 대해서도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분류 작업이 업무 과중 요인일 뿐 문제가 없다는 쿠팡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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