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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인사이드 스토리]바이든이 날린 '마지막 한 방'…삼성·SK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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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로 중국 압박 쐐기
'바톤터치' 트럼프 결정에 전 세계가 주목
"단기영향 제한…기대수익 타격은 불가피"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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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일주일을 남기고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끈을 또다시 옥죄었습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일부 동맹국에게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중국 등 적대국은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게 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러한 대중 규제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야 불문 중국을 상대로 한 견제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진단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동맹국에 든 덕에 당장은 특별한 영향이 없겠지만, 해당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가 문제입니다. 중국이 한국의 잠재적 시장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기대 수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엔비디아 강력 반발…삼성·SK 간접영향권

미국산 AI 반도체 수출 통제./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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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AI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국가를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눠 차등적 수출 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18개 동맹국에는 AI 반도체를 제한 없이 판매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 22개 국가는 적대국으로 규정, 해당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은 사실상 금지됩니다. 나머지 120여개 국가도 일정 한도 내에서만 수출을 허용하죠.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직접 확보하거나 중동이나 동남아를 통해 우회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결국 핵심은 '중국'입니다. 그간 대중 규제 강도를 꾸준히 높여온 미국은 이번 개정안에 중국을 원천 배제하고, 우방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확고히 하려는 의도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막판 조처의 반향은 컸습니다. 당사자격인 중국 정부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크게 반발했는데요. 18개 동맹국 가운데 EU 회원국 10개국만 포함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도 "미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이점을 낭비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업계 내에선 "엔비디아 제품의 절반가량이 수출 제한 국가에 판매되고 있기에 해당 규제가 시행될 경우 엔비디아 성장을 압박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 엔비디아는 매출 중 56%를 미국 이외 고객사로부터, 17%는 중국으로부터 얻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나 AMD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여기에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간접 영향권에 들 전망입니다. 다만 이번 수출 제한국들은 첨단 반도체 수요가 크지 않아 타격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입니다.

엇갈린 장·단…"반도체 시장 자체 변할 것"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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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있습니다. 해당 수출통제는 발표 후 120일 이후 발효되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행정부가 쥐게 되기 때문입니다.

업계 내에서도 의견은 나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친기업 위주의 트럼프 정부 성향을 고려했을 때 규제 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요. 반대 측에선 "국가 안보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을 우선시한다면 대중 규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위 두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무게추가 조금 더 기우는 쪽은 후자입니다. 트럼프가 중국을 대상으로 규제를 지속 혹은 강화할 것이란 견해인데요.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립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및 중장기적 관점에 따라 장점 및 단점을 살펴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우선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현 기준 한국 기업의 HBM 등 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공식 수출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표면적 피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오히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를 누르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규제가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 한국 기업이 잠재고객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데요.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 강국인 반면 공정생산 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해 해당 분야를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며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동맹을 통해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쥐는 것이 결국 군사 안보 강화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급속히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술력을 견제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AI 반도체 시장 자체가 빨리 확장되지 못한다는 점은 한편으론 단점인 셈"이라고 부연했죠.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AI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인데 중국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한국 기업의 기대 수익이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라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미국 규제를 받지 않는 국가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하는 등 생태계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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