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김기현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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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관저 직원들에게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나눠주며 하루를 시작했다. 관저 밖에선 오전 4시 30분부터 국민의힘 의원 35명이 속속 집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 저지에 나섰다. 이 가운데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 참석 중인 윤상현 의원이 오전 4시쯤 가장 먼저 관저 안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권영진ㆍ이상휘ㆍ박충권 의원이 오전 8시 20분쯤 관저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선 막아서는 공수처ㆍ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져 권 의원의 옷이 찢어지고, 이 의원도 타박상을 입었다.
윤 대통령은 권 의원 등과 1시간 반가량 차담을 나누면서 영장 집행에 응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수처 수사와 체포 영장 청구도 불법이고, 영장 발부와 집행 과정도 불법”이라면서도 “청년들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집행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관저 안으로 들어가는데 대통령실 행정관 40여명이 눈시울이 붉은 채로 복도에 도열해 있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도 이때 잠시 방에서 나와 의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5.0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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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한 오전 10시 전후로 강명구ㆍ조지연ㆍ강승규 의원에 이어 나경원ㆍ김기현ㆍ박대출ㆍ김석기ㆍ이만희ㆍ이철규ㆍ정점식ㆍ유상범ㆍ정동만ㆍ박수영ㆍ박성민ㆍ이인선ㆍ김위상 의원 등 16명이 순차적으로 관저에 들어왔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공수처도 차벽을 허물고 우리를 들여보내줬다”고 전했다. 뒤이어 원외 당협위원장 13명도 관저에 들어왔다.
윤 대통령의 담담한 태도에 일부 의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한 당협위원장은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윤 대통령은 그를 일으켜서 안아주고 어깨를 두드렸다.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 당협위원장)도 울음을 터뜨렸다. 이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후보 수행실장을 지내는 등 '윤석열 호위무사'로 불렸다. 한 참석자는 “탁자 위에 샌드위치가 놓여있었지만 먹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들 숙연했고 큰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대통령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당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정권 재창출을 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토리(반려견) 한 번 보고 가자”라고 말한 뒤 거실 2층을 들렀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대통령이 떠난 뒤 관저에 찾았던 의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영장, 불법 체포, 군사보호시설에 임의로 침범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당 대표를 아버지로 모시는 추종세력들에 의해 법치주의와 민주절차가 짓밟아진 날”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정ㆍ이창훈ㆍ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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