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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 편에 서지 않을 것"[황재호가 만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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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쿠이보 전 대만 외교부 정책국장 인터뷰

"TSMC 첨단기술 美 이전은 계속 요청할 듯"

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서울=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대만에서 지난해 12월 4일 뜬금없이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한 '빅 뉴스'가 떴다.

집권 민진당 입법위원(우리의 국회의원 격)들이 공식 소셜미디어에 "한국 국회가 친북세력에 통제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긴급 담화로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라고 쓴 것이다. 한국의 비상계엄령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삭제한 특이한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다.

1949년 장제스 국민당 정권이 발령했고 1987년까지 강력한 계엄 체제를 유지했던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정치 개혁과 경제 발전의 경로를 거쳐 왔다. 한국과는 민주주의 제도와 경제적 성과를 공유하는 쌍둥이 같은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 '안보·군사적 딜레마'도 유사하다. 최근 TSMC를 선두로 반도체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대만의 위상과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자주 나온다.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한 평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대만의 분위기를 외교부 정책국장을 역임했던 황쿠이보(黃奎博) 대만 국립정치대 국제사무대학 글로벌 및 지역 리스크 평가 센터 소장에게 들어봤다.

황쿠이보(黃奎博) 대만 국립정치대 국제사무대학 글로벌 및 지역 리스크 평가 센터 소장.(황재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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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는 한국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정치 세력의 내부 경쟁으로 보는 것 외에도 이번 사례를 대만이 경계해야 할 교훈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국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면 동북아시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지역 정세 차원에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에선 미국과 북한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주시하는 이들도 있다.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민진당의 글이 나왔던 이유는 뭘까.
▶민진당은 누가 그런 부적절한 내용을 썼는지 밝히지 않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대만 내 당내 경쟁을 한국 정부의 계엄령 상황과 비교하면서 야당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는 창당 이후 민진당이 내세운 '반독재'와 '민주화' 개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선 이후 현 대만의 3당 정치구도를 설명한다면.
▶야권 분열로 민진당이 총통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득표율이 40%에 불과하고 입법원 내 제2당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차이잉원 전 총통 시절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당은 제1당이지만 절반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8석의 민중당과 협력하고 있다. 다만 민중당은 커원저 주석의 사법 기소로 일부 당원들이 이탈하고 있으며, 향후 그의 최종 사법 처리에 따라 제3정치세력으로서의 운명이 정해질 듯하다.

-라이칭더 정권의 외교 정책은 어떤가.
▶현 정권은 '총합외교'(總合外交)라는 용어를 도입했지만, '민주', '평화', '번영'이라는 3대 축을 바탕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심화한다는 이전 정부의 주요 기조와 일치한다. 또 반도체 공급망 회복, AI 주권, 신 에너지원 및 탄소권 협력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이념이 유사한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수교국이 12개국에 불과하고, 중요한 국제기구들이 여전히 대만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으며, 대만과의 우호 관계는 국회의원 방문에 그치고 있어 단기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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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대만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나.
▶TSMC는 사실 국영 기업이 아닌 '국유 기업'이면서 외국인이 5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이기 때문에 대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부 대만인들은 대만의 '국가 수호자'라 생각하지만, 만약 국가 수호자라면 경제부(MOEA)가 미국, 일본 등에 최첨단 제품 및 기술 수출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정부 관리 출신 미국의 전문가들 다수는 양안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TSMC를 '파괴'(摧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세계 첨단 공급망에서 대만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지만 대만 안보에 효과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럼프 2기의 대만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더 많은 미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무기 구매는 일반 무역과는 별개로 처리될 것이다. 대만에게 TSMC의 최첨단 칩 생산 능력과 첨단 공정 기술을 미국으로 계속 이전하라고 요청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 것을 라이칭더 총통에게 요구할 것이며, 따라서 트럼프 2기 임기 중 미국이 대만 편에 서서 중국의 군사 압박에 대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라이칭더 총통의 임기 동안 양안관계의 전망은.
▶라이칭더 총통이 입법원장(우리의 국무총리)이었을 때 자신은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 일꾼"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한 입법원장은 이전에 없었다. 현재 라이 총통은 여전히 반중정서와 '중국 공포증'을 촉매제로 삼아 대만 내 '대만 민족주의'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 대만 주변 지역을 겨냥한 인민해방군과 해경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양안관계는 더욱 악화됐을 것이다.

-대만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대만은 이미 우크라이나 사안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대만의 입장에서 관심을 놓기 어려운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래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 이후 미국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룰지 지켜보고 있는데,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약속 이행 여부가 '대만 유사시 미국의 대만 지원 능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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