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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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의 비극,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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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진영 대결 접고 타협 통한 민생 회복 경쟁을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인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는 장면은 참담했다. 다행히 영장 집행 과정에서 큰 충돌은 피했지만,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사실 자체만으로 국격 훼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협상과 타협이 사라진 정치 부재와 극단적 진영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된 만큼 앞으로는 사법 시스템에 따라 조사와 기소, 탄핵 심판 등의 절차가 차분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 진영 간 대결을 부추겨선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되기 전 공개한 영상 메시지는 부적절했다. 체포를 둘러싼 대치 장면이 세계에 전파돼 국격이 추락하는 와중에 윤 대통령은 사과 대신 “이 나라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자기 합리화에 몰두했다. 공수처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했는데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던 담화 내용이 무색하다. 오죽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에 나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겠나.
윤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돼 사법 절차가 시작된 것은 한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만큼 여야 정치권은 정치 회복에 나서기 바란다. 먼저 국정 공백 상태에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줄탄핵에 이은 내란특검법 강행이나 탄핵 사유서상 내란죄 철회 등의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와 조기 대선 실현에만 진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거대 야당으로서 민생과 국정을 우선하는 균형과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것임은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큰 결단”이라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불법 영장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의원 다수가 한남동 관저로 몰려가 공수처·경찰과 마찰을 빚었고, 의총에선 공수처 항의 방문과 고발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몸이 돼 시간끌기에 동조하거나 극단적 보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필 편지에서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실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야당과 협의해 시급한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여당 본연의 역할부터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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