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23 (목)

노후 안정자산 20억 필요…은퇴 후 실상은 10억도 안돼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나은행 ‘금융소비자 보고서’ 발간

노후 예상 자산 평균 9.2억 그쳐

비혼자 38.6% “노후자금 집중”

금융거래 모바일, 영업점 선호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체로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20억원 수준의 자산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내 기혼가구 10곳 중 8~9곳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 예상 자산도 평균 9억2000만원에 그쳤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법정 나이 65세)으로 분류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마당에 국민들의 노후 준비가 취약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최근 3년간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변화를 추적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64세 금융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시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듣고, 결혼과 출산, 노후 준비 여부에 따른 금융 필요도의 차이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가구 10가구 중 8~9가구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거나 준비를 못 하는 상황이다. ‘충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0.6%에 그쳤다. 현재 기혼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6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노후에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9억20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2.8%뿐이었다.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1.1%로 절반을 넘겼다.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가구의 총자산은 18억6000만원으로 평균의 두배를 웃돌았다. 이 가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는 금융자산과 상속자산의 비중이 평균보다 높은 특징을 보였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노후에 부동산과 투자상품, 개인연금을 활용하려는 의향이 높았다. 반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응답자의 노후 자산에는 국민연금의 비중이 가장 컸다. 퇴직연금과 주택연금의 의존도도 높았다.

결혼 의향 여부에 따라 미혼자들의 자산 추구 성향도 달랐다. 결혼 의향이 없는 미혼자는 비혼을 택한 이유로 ‘경제적 여건’(47.1%)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에 따르는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는 결혼 비용에 2억원 정도를 썼다. 신혼부부의 과반은 대출로 결혼자금을 충당했다.

결혼 의향자들은 주택 자금(43.5%)이나 투자 종잣돈 마련(26.1%) 등 목적형 저축에 대한 의향이 높았다. 주식, ETF 등 직접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반면 비혼자는 은퇴 후 노후 생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며, 여가나 취미 등 재미를 위해 저축하는 비중이 컸다.

지난해 평균 금융 자산은 1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2년 당시 9000만원에서 정체됐다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다시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상품 비중도 25%에서 31%까지 6%포인트(p) 늘었다. 특히, 자산이 많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1980년 초반~1990년 중반생)에서도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의 편리성을 중시하면서 온라인 증권사를 통한 투자를 활발히 하는 특징이 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ETF(상장주식펀드) 가입이 늘었고, 해외주식이나 외화예금 등 외환 포트폴리오 비중을 키우는 경향도 보였다.

응답자들은 올해 실속 있는 투자상품과 해외 금융상품 가입에 높은 의향을 보였다. 향후 1년 내 상품별 자산 예치 의향에 관한 질문에 수시입출금이나 예적금은 45.4%에서 43.8%로 1.6%포인트 줄어든 반면, 투자·신탁과 디지털 자산은 각각 31.8%에서 32.7%, 1.6%에서 3.4%로 늘었다.

금융거래에서는 모바일 채널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최근 6개월 내 금융기관 이용 방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 86.5%은 모바일 채널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점 이용률은 31%로 최근 3년간 37.9%에서 30.7%까지 줄었다. 자동화기기 이용률 또한 2022년(61.6%)부터 2024년(47.5%)까지 감소했다.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라 영업점이 필요하다는 응답(28%)보다 디지털 채널로 대체 가능하다는 응답(34%)도 6%포인트 높았다.

동시에 영업점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거래 시 겪는 애로사항 순위에서 ‘점포·직원 수 감소로 인한 불편’이 2022년 6위에서 2024년 3위로 올랐다. 월 1회 이상 점포를 방문한다는 비율은 늘었고, 6개월에 1~2회 방문한다는 응답은 감소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디지털 채널에 수용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영업점 이용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며 “점포에 방문해 거래 현황을 확인하는 활동이 금융거래의 신뢰를 높이고, 추가 혜택을 기대하는 등 숨은 금융니즈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거래 은행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지고 있다. 응답자는 평균 4.6개의 은행을 복수로 거래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은 거래은행을 이탈(축소·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이탈 이유로는 ‘거래은행에 대한 불만(16%)’보다 ‘개인적 상황(42%)’과 ‘불만은 없지만 다른 은행 대비 열위(42%)’ 등이 많이 꼽혔다.

다만 시중은행 간 경쟁력에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약간 있거나’(45%) ‘거의 없다’(42%)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은행 간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은행을 바꾸는 셈이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금융소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본인에게 최적화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금융거래의 특징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금융 회사 간 차별성이 약해지며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므로 고객의 사소한 행동과 의견 하나 하나에 내포된 의미를 적극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벼리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