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전국부 |
'인터넷 강의'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재수생 신분으로 강남의 유명 학원에 간 적이 있다. 똑같은 교사가 실제로 강의하는 모습을 녹화해 하루 뒤 인터넷으로 보는 것에 비해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이 2배 가까이 비쌌다. 이미 비싼 것을 납득하고 있었기에 이유를 따져 묻지는 않았다. 혼자 화면을 통해 일대일로 공부하는 것보다 수십명과 함께더라도 실제로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이 더 값진 일이라고 느껴서다.
최근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은 오히려 반대다. 선생님보다 학생 개개인별로 AI를 통한 학습이 더 값지다고 설파한다. 사실상 AI가 교실 현장에서 일대일 과외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주장이다.
올해부터 도입하는 AI디지털교과서의 핵심 역시 '맞춤형 피드백'이다. 학생이 교과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인 화면에 기록하는 모든 것을 AI가 분석한다. 과정의 난이도와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AI가 각기 다른 연습문제 등을 생성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시연회에서도 수학 과목을 담당한 안양 성문고 전병제 교사는 "학생별로 맞춤형 문제를 주려면 하루 종일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라며 "AI 기능을 통해 문제를 내고 남은 시간을 학생에게 더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장의 우려는 시연회만으로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시연회 당일에도 인터넷 접속 문제가 발생하며 핵심적인 AI 분석기능이 시연되지 못했다. 오히려 학생과 선생이 10여분간 각자 다른 화면을 보며 구두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칠판을 공유하는 기존 수업보다 오히려 질이 떨어질 위험성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국회에서는 AI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교육부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서라도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버틴다. 교과서의 안위보다 학생들이 모일 교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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