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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제 혹한인데 약속한 세법 처리 그토록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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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조세법안 통째 막혀
한경협 설 전 처리호소 귀 열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우리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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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안은 경기 한파에 온기를 넣을 시급한 법안인데 국회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조항이 두루 포함됐는데 논의가 전면 중단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태도를 돌연 바꾸면서 40여개 법안이 통째로 막혔다고 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야 간 별 다툼이 없었던 조세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어수선한 시국에도 경제는 어찌 됐든 돌아가야 한다. 정치계산은 멈추고 민생과 경제부터 챙길 것을 촉구하는 바다.

여야는 이미 지난해 11월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됐어야 하는데 아직 기재위 조세소위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인 것이다. 일부는 여러 반대를 뚫고 간신히 합의됐던 법안이다. 반도체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5%p 상향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감세안에 정작 난색을 표했던 곳은 세수 부족을 걱정한 정부였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서 극적으로 합의를 끌어내 생색을 냈던 법안인데, 야당이 이제 와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업 피해는 반도체 업종만이 아니다.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 미래형 운송수단을 추가하는 법안도 미뤄져 자동차, 방산업체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세제상 혜택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니라 산업계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낭패감을 느낄 것은 물론이다. 세법 개정안엔 전통시장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율을 확대하고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고물가에 소비가 얼어붙어 현장에서 그나마 불씨를 살려낼 수 있는 지원책이다. 여야도 이를 감안해 처리키로 한 법안인데 이 역시 요원해지고 있으니 속이 탄다.

야당이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인 것을 두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행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소상공인 세부담 완화 등의 법안을 이 대표 대선 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벼랑 끝에 몰린 취약층의 고통을 선거 밑천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먹사니즘'을 외쳐온 이 대표의 행보와도 어긋난다. 설 연휴 전에 속히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현장의 바람을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추락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까지 겹쳐 곳곳에서 경제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2기가 몰고 올 격랑도 큰 걱정거리다. 국내외 기관이 앞다퉈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가미래연구원은 14일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1.67%로 제시했다. 국내기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계속 하향 조정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8곳 IB 평균 전망치가 1.7%로 내려왔다. 심지어 JP모건은 1.3%로 예측했다. 내년 전망도 1%대가 주류를 이룬다. 저성장을 이겨낼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생산, 소비,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정치권이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 이미 약속한 조세법안 처리부터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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