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사설] ‘관저 농성’을 ‘방어권’이라고 우기는 정진석의 궤변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4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석열 대통령을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방어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어이가 없다. 지금 경호처를 자신의 사병처럼 동원해 사법부가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범죄자가 누구인가? 윤 대통령이야말로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갱단이나 조폭 두목처럼 위세를 부리고 있지 않은가? 정 실장의 주장은 이런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뒤집은 채 윤 대통령을 무고한 피해자인 양 몰아가는 궤변이다.



정 실장은 지난 3일 공수처의 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는 “대통령경호처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거부하더니, 지금은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 끌려 관저를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이냐”며 체포에 반대하고 나섰다. 진정 국격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참모라면, 윤 대통령을 향해 정당한 법 집행에 응해 자진 출두하는 것이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일이라고 호소해야 마땅하다. 지금 정 실장은 누구에게 호소하고 있는 건가.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물리적 저항을 멈추고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하면 모두가 평안해진다. 단 한 사람의 비상식적 고집으로 온 나라가 지금 얼마나 실질적인 고통을 받고 있나. 한시라도 빨리 공권력을 엄정히 집행해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것만이 추락한 나라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정 실장은 이날 “제3의 장소 조사나 방문 조사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특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황제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미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네차례나 거부했고 체포영장 집행도 무력으로 막았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법원의 판단을 구할 권리 등 정당한 방어권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금 공권력이 지켜내야 할 건 불법적인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아니라, 그가 무너뜨린 법치주의 원칙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더 이상 궤변에 휘둘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신속히 윤 대통령의 영장을 집행하고 수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금 대통령실의 책무는 윤 대통령이 아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를 보좌하는 일이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개인 참모’가 아니다. 정 실장의 여론전 가세는 이런 원칙 또한 저버린 월권이다. 최 권한대행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 정 실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